환자는 어떤 시간을 사는가

나는 오늘도 고도를 기다린다

by 생각의 힘 복실이

기저귀를 차며 나홀로 생리현상 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했더니 평소같지 않게 댓글 격려가 있다.

일면식 없는 낯선 환우는 본인의 중환자실 경험을 공유하며 쾌유를 바란다고 했다.

첫 직장 선후배의 인연으로 만나 며칠전 병문안을 왔던 후배는 러시아 문호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인용하며, 슬픈 현재는 곧 지나가고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희망을 당부했다.

댓글을 읽으며 환자는 어떤 시간을 사는 것인가를 생각한다.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의 선형으로만 흐르지는 않는 듯하다.
먼 훗날 어느 지점에서 돌아보면 살아온 순서대로 그려지겠지만,
투병 1년 반의 내 시간은 선형으로만 단순화할 수가 없다.

나는 과거와 오늘이 엉켜져 살고,
현재와 미래를 결박하며 나아간다.

과거의 관계와 추억이 없다면 시인의 말처럼 미래의 희망에 미리 도착해 있는 우리의 마음은 현실에서 마주하지 못하는 희망과 결핍으로 인해 흡사 운명처럼 슬플 지도 모른다.

투병기간 나를 지킨 것은 가족의 사랑과 살며 맺어온 다양한 관계와 기억이었다. 내 글을 읽고 공감하며 댓글의 여유를 남기는 분도 그런 이연의 한 방식일 것이다.

또한, 나는 현재의 습관을 통해 미래를 모색한다.

젊 은 한 때, 인간사 무슨 큰 의미가 있다고 그러냐, 죽어 이름을 남긴들 그게 가치가 있느냐', 공수래공수거인데 소풍왔다 생각하고 한바탕 놀고가라 라는 생각이 멋진 적도 있었지만,

투병을 거치면서, 고난의 시간이 허송세월이지 않도록 하고싶은 마음이 세지는 듯 하다.

오지않는 희망, '고도를 기다리며' 한없이 서성거리던 늙은 두 남자에게 결국 고독과 허무만이 남았더라도, 그래도 희망을 찾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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