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스러움이란 무엇인가

할머니의 삶에서 배운 어른됨의 가치

by 생각의 힘 복실이

어제 두 번이나 눈물을 보였다.
처지를 비관한 비탄의 눈물은 아니었고, 오히려 따뜻한 말 한마디와 애정 어린 시선을 느낀 위안에 대한 감동의 답례였다.

오전에는 런던에 있는 큰 딸이 보내온 손 편지를 마눌이 읽어주었다. 이미지 파일의 작은 글자는 읽기가 힘든 데다, 딸이 엄마가 아빠에게 직접 읽어달라고 했다 한다.

마눌의 목소리로 홀로 지내는 딸의 외로움과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울지 마"하던 마눌도 "맘껏 우세요"하며 눈물을 닦아준다.

딸은 아빠 같은 어른이 되고 싶었고, 지금 곁에 그런 사람이 없어 힘들다고 썼다.

편지를 읽은 마눌이 평소 딸에게 어른됨의 가치로 무엇을 가르쳤느냐고 묻는다.

글쎄, 그냥 그 날 대화주제에 따라 다르지 않았을까, 솔선수범, 언행일치, 톨레랑스, 당당하되 예의 바르게, 자유선택과 책임감수, 소통의 3박자 등"

어른스러움 대해 생각하다가 청춘의 절친 로맨스 박이 생각났다.

영화 프로듀서인 친구도 수개월 전 편지지 4장을 꽉 채운 가슴 절절함을 전달해 왔었다. 어른스러운 내가 친구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나를 격려했었다.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를 했는데, 둘의 대화를 친구 단톡방에 공유했다.


[상문이의 목소리]

상문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정신은 맑았다. 어제 재활병동으로 옮겼고 3주 정도 재활병동에서 재활치료를 받게 된다고 한다. 대형병원에서는 오래 입원하기 힘들기 때문에, 3주 후에는 전문 재활병원으로 옮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브런치에 쓴 것처럼 수술 후유증으로 왼손과 왼발 사용이 어렵다. 조금 더디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재활을 통해서 감각을 복원시켜야 한다. 지금은 보호자(미경 씨)가 24시간 함께 있어야 하고, 휠체어를 타려면 선생님들이 오셔서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면회는 어려울 것 같다. 병실로는 면회가 불가능하고 로비로 내려가야 하는데 너무 번거롭기 때문이다. 나도 당장 면회를 가고 싶은데 참아야 한다. 그 와중에 브런치 글을 쓴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핸드폰도 왼손으로 잡고 쓸 수가 없기 때문에, 오른손만으로 글을 쓴다. 핸드폰이 완벽히 고정되지 않기 때문에 미경씨에게 핸드폰을 잡아 달라고 하기도 한다.

맑은 머리에서 나오는 인생과 세상에 대한 통찰은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더 깊어진다.

"왼손아, 오른손이 도와줄게~"

왼손이 힘드니까 오른손으로 왼손을 잡아 움직인다. 오른발에 힘을 줘서 왼발을 옮겨본다. 이렇게 몸은 하나지만 오른손이 왼손을 도와줘야 한다. 그 상징이 상문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은유를 가지고 애니메이션적인 상상을 해본다. 정신이 맑은 상문이는 그런 자유로운 상상을 즐기고 있다. 15세 소년 대쪽이의 모습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 상문아, 마음껏 상상해 보렴.

친구의 글을 읽는데 또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내 눈물샘은 누가 퍼올린 것인가 생각해 보니 근 한 세기를 사시고 십수 년 전 떠나신 할머니와의 추억도 한몫한듯하다.

나는 할머니로부터 어른스러움을 배운 듯하다.

할머니는 새벽녘에 일어나셔서 마당 우물가에서 세수를 한 후 마당가 한편으로 걸음을 옮겨 정안수 한 그릇 떠놓고 지성으로 빌었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거라고 짐작했을 뿐이다.

엄마가 차린 밥 한술 뜨시면 바로 논밭으로 나가 해질 무렵에야 땀에 절어 들어오시곤 했다.

누구에게도 목소리 높이거나 꾸중하는 걸 들은 적이 없고 항상, 밝은 표정으로 "오냐, 오냐" 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공부해라는 말씀은 안 하셨어도 가끔 진지하고 대체로 가볍게 아래 말씀을 전하셨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단다.
말을 이쁘게 하렴.

손발이 고생해야 마음이 편안하다.

형제간에 우애해서 잘 살아라.


친애하는 친구야,
사랑하는 딸아,

할머니의 삶에서 배운 어른의 가치로 보건대,
너희는 이미 나보다 멋진 어른이란다. 앞으로도 함께 어른으로 살아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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