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친구의 귀환
방송사의 메인 뉴스에 대한 이야기다.
언론들 중에서도 다른 뉴스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영향력과 파급력을 가진 메인 뉴스다.
MBC 사람들이 만드는 JTBC 뉴스룸과 MBC 뉴스데스크, 동시간대에 대한 뉴스에 대한 리뷰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MBC가 이것보다 훨씬 오래 걸릴 줄 알았다.
그 조직 내에는 수많은 적폐 세력들이 잔존하고, 바뀌고 싶지 않으려는 관성은 강력하다.
아래에 내가 내린 결론의 이유를 서술하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MBC 뉴스데스크가 더 좋다.
JTBC 뉴스룸 정말 멋지게 홀로 싸워왔고 버텼다.
하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언론의 모습에는 MBC가 더 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둘 다 2월 1일 목요일자 뉴스이다.
같은 날의 뉴스인데 구성이 판이하게 다르다.
뉴스데스크: 평창올림픽(25), 사법적폐(20), 검찰 성추문(15)
뉴스룸: 다스(30), 검찰 성추문(40), 평창올림픽(5)
순서와 건수로 다루는 비중을 대략 표기했다.
JTBC 뉴스룸의 사안들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뉴스의 구성이 현시점의 이슈와 시청자의 궁금증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여전히 논란 만들기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고,
사법적폐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다.
MBC는 그 부분에 대한 보도방향을 잡았고,
JTBC는 엉뚱한 방향으로 보도방향을 잡았다.
현재 언론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들이 프레임을 주도한다고 믿는다.
혹은 누가 만든 프레임에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간다.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자신들이 쓰지 않으면 중요한 일이 아니고,
아무리 가벼운 일이라도 자신들이 쓰면 중요한 사건이 된다.
MBC는 사법적폐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려주고자 취재를 했고,
JTBC는 박상기를 끼워 넣고자 하는 이들의 프레임에 따라 전혀 중요하지 않은 진실게임에 합류했다.
진실게임의 시작은 역시 뉴스룸 인터뷰였고...
다음날 인터뷰도 뉴스 타이틀 "괴로워하는 여검사들 많았다."가 무색해질 만큼 실패했다.
개인적으로 말은 아끼겠지만...
조직의 장에게 이메일 하나 보내고 답변이 왔는데,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해결해주는 조직이 얼마나 있던가?
평창올림픽과 남북 단일팀에 대해서도 조금은 다른 방식의 보도를 보여줬다.
MBC는 단일팀의 의미가 무엇이고 국내외 관계자들이 평창올림픽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도한다.
시간과 감정이 만들어낸 벽과 접촉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JTBC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만을 보여주고 이면을 고민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 벽은 두껍고, 수십 명의 기자 앞에 서는 것은 긴장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이면을 고민하지 않았다.
JTBC 뉴스룸은 검찰성추문이 심각한 여성문제라고 인식하고 무려 10꼭지를 내보냈다.
MBC 뉴스데스크는 가십이 아닌 핵심만 추려서 3꼭지를 내보냈다.
그런데 MBC에서는 이에 반해서 재미있는 기사를 따로 하나 냈다.
성추행이 폭행으로 바뀐 것일 뿐 같은 상황이다.
실제로 많은 조직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과연 검찰성추행이 젠더 문제로만 봐야 하는가란 반문을 던져본다.
두 뉴스 모두에 언론에 대해 고민하는 코너가 있다.
새로고침 & 팩트체크
MBC는 언론을 정면으로 들이받았고, JTBC는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전혀 전하지 못했다.
JTBC가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알리려 했다면,
진짜 심각하고 의도적인 가짜뉴스를 소재로 삼아서,
이 가짜뉴스가 어떤 피해와 갈등을 초래하고,
가짜뉴스가 어떤 의도와 목적을 가졌는지를 보여줬어야 한다.
그리고 가짜뉴스에 대한 사례와 대책까지도...
형제 회사에 최근에 큰 물의를 일으켰던 가짜뉴스를 생산한 김도년이라는 기자가 있기에 인터뷰도 따고 좋은 리포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 몸을 사린다는 느낌이다.
(실수인지 의도인지, 그런 식의 제목을 왜 붙였는가, 취재가 충분했는지 등의 보도)
JTBC 뉴스룸이 나쁜 뉴스라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몇 년간 팩트를 전달해주는 뉴스는 뉴스룸이 유일했다.
지금도 다른 뉴스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언론환경이 바뀌었다.
기존에는 보도하지 않는 것이 가장 문제였지만,
지금은 프레임 놀이, 가짜뉴스, 기계적중립이 가장 큰 문제가 됐다.
그리고 언론적폐 때문에 기레기가 사회적 이슈가 됐고, 끊임없이 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
기레기들도 배수진을 치고 전면전을 하고 있다.
나는 JTBC 뉴스룸이 빠르게 변화하며 그 안에서 이 역할을 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뉴스룸은 그 역할을 하지 못했고, MBC 뉴스데스크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연히 변한 게 아니다.
MBC 구성원들은 클래스가 있고, 그들의 고민과 성찰 속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만나면 좋은친구가 돌아왔다.
이제 나의 메인 뉴스는 MBC 뉴스데스크다.
벌써부터 뉴스데스크와 뉴스룸의 차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JTBC 뉴스룸은 긴장해야 한다.
보너스로 YTN도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