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치 시야로 본 베트남
겨우 5일간의 경험이다.
하지만 기존에 베트남을 이해하던 공산주의라는 편견의 끝판왕(적어도 국내에서는)을 걷어내고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주에 베트남을 방문한다고 한다.
그래서 베트남에 대한 편견과 그 너머의 이야기를 살짝 정리해본다.
겨우 5일이지만 베트남을 이해하기 위해,
많이 질문하고, 많이 얘기하고, 많이 경험하려 노력했다.
(5일짜리 얕은 시야임을 감안해주길 희망한다.)
참고로 신짜오, 까몬, 땀비엣 정도의 기본 언어만 알고도 다가가면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다.
'공산주의'라는 말 자체가 역린인 우리 사회에서는 베트남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가린다.
베트남은 공산주의이긴 하지만 시장주의를 받아들여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나라라서,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이기도 하다.
따뜻한 나라인데도 아침 6시에 사람들이 활동할 정도로 상당히 근면한 편이다.
최근 박항서 감독의 영향으로 한국인들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좋아졌다.
뒤의 스티커 깃발은 얼마 전 축구 결승을 함께 보던 팬들이 붙여놓은 것이라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개와 고양이가 길거리에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개는 집을 지키는 경계견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고, 베트남은 개와 고양이를 식용으로 이용하기에 돌아다니는 개나 고양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베트남 공무원의 복장은 북한군 군복과 유사해서 상당히 위압적이다.
처음 베트남에 도착했을 때 입국심사를 맡았던 공무원의 표정이 무표정해서 조금 걱정을 했는데, 기우였다. 그냥 그 사람이 그랬던 것이고, 일반적인 공무원의 느낌이다.
공산주의 체제 아래서 살아왔던 이들이기에 무조건적인 효율성을 중시하지는 않는 듯하다.
참고로 베트남인들은 20세기에 청나라부터 미국까지 외세에 시달렸지만, 이들에게 굴복하지 않고 모두 포기하게 만들어서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베트남 다낭에서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카페는,
베트콩(베트남 공산당)을 컨셉추얼하게 브랜딩한 콩카페라는 곳이다.
Cong cafe의 cong은 공산당을 의미한다.
구석구석 상당히 많은 신경을 썼는데, 공산주의라는 단어가 역린이고 월남전에서 맹위를 떨친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카페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베트남 사람들의 심장만은 우리보다 훨씬 더 여유롭고 자유롭다.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상을 즐긴다.
멋진 자연환경도 그들의 여유로움에 한몫을 하는 듯하다.
천해의 자연환경과 멋진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긴다.
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자연이 많이 파괴됐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잘 복원됐다.
다만 다낭은, 관광도시로 키우면서 해변을 따라서 엄청난 리조트 타운들이 추가로 건설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베트남 사람들의 의견은 엇갈리는 것도 같다.
베트남은 제1 교통수단은 오토바이다.
모든 교통 기반이 오토바이에 맞춰져 있으며,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는다.
시내 중심가의 일부를 제외하면 신호등 자체가 없으며, 사람들끼리 알아서 교통흐름의 속에 암묵적인 룰을 준수하며 운행한다. 자동차를 탄다면 이런 이유들 때문에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상당히 안정적으로 교통흐름이 운영되는데, 규정속도 60km라는 규칙이 있고 대부분이 암묵적인 룰과 규정속도를 준수한다.
물론 이곳에도 종종 폭주 뛰는 애들 있다.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나 차나 클랙슨을 상당히 많이 사용한다.
이곳에서 클랙슨은 한국 여자컬링의 '영미!'와 동일하게 받아들여진다.
클랙슨은 굉장히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그걸 알아서 해석해서 받아들인다.
비켜봐,
나 먼저 갈게,
오랜만이야,
아직 나오지 마 등
오토바이가 주력 교통수단이다 보니, 편의시설도 오토바이 우선이다.
운행의 우선권도 오토바이이고, 주차장도 오토바이가 최우선이다.
일반 거리뿐만이 아니라 대형마트도 동일하다.
오히려 차를 운행하면 운행 및 주차 모두 불편하다.
외국인들은 여기에 잘 현지화해서 스스로 스쿠터나 자전거를 렌트하고 타고 다니는데,
한국 사람들은 거의 보지 못한 듯하다.
베트남은 국민의 80% 정도가 불교인 나라다.
베트남에서 불교는 단순한 종교의 영역을 넘어서 애국활동, 호국정신과도 연관이 깊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이것을 염려한 프랑스에서는 불교를 강력하게 탄압했지만, 서민의 종교가 된 불교는 계속해서 싸웠고 향불 운동의 중심이 됐다.
현재는 다른 종교에도 유연하고, 정치, 군사, 경제, 외교면에서 베트남에서 여전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제2의 종교는 가톨릭인데, 위의 핑크 교회(다낭 대성당)는 관광지로 굉장히 유명하다.
베트남에서는 불교가 아니면 공무원 취업 등 여러 가지로 불이익이 있는데, 이를 감수하고 가톨릭을 믿는 이들은 상당히 신실하고 하느님의 가르침대로 살려고 노력한다.
베트남에서 만난 한 친구의 종교가 천주교였는데, 한국의 천주교에 대해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물론 베트남에 자주 오는 한 신부님에 대한 실망스러움이 더 영향을 끼쳤을 듯하다.)
베트남 다낭 근처의 대표적인 관광지 호이안의 모습이다.
왜 관광지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다.
낮과 밤의 모습이 각기 개성 있고, 한국의 인사동 느낌도 보유한 곳이다.
낮에는 그런대로 여유를 즐길 수 있는데, 밤이 되면 명동의 인산인해를 경험한다.
현재는 옛 모습보다는, 관광타운의 모습이라서 베트남을 즐기기는 쉽지 않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인, 외국인, 베트남인이 즐기는 가게가 완벽하게 구분돼 있다.
물론 법으로 구분된 것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구분된다고 한다.
한국인들이 즐기는 가게는 온라인 입소문 등으로 인해서 한국인들이 집중되는데, 그 몰림으로 인해서 가게의 분위기가 변화되고 현지인과 외국인들은 다른 대체 매장을 찾는다고 한다.
(좀 더 상업화되고 효율성이 우선이 된다.)
외국인들과 베트남인들은 그런 부분은 아니고, 성향에 따라 매장 선택의 구분이 이루어지는 듯하다.
외국인은 개성 있고 이국적인 곳으로, 베트남인들은 편하고 커뮤니티 기능을 하는 곳으로...
베트남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올드패션 매장들은 저런 작은 의자와 테이블이 많다.
베트남인들은 커피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이기도 하다.
우리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커피를 소비하며, 다양한 커피들이 존재한다.
굉장히 많은 카페들이 있으며, 각 카페마다 그 특징들이 느껴진다.
이곳은 리조트에서 나와서 로컬 스트리트 쪽으로 가면 보이는 카페인데,
외국인들은 전혀 안 오는지 사장님이 영어도 전혀 못하신다.
이 지역의 커뮤니티 역할도 겸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편하게 와서 커피를 즐긴다.
프랜차이즈 카페와 작은 카페들의 가격 차이는 꽤 나는 편이다.
이 카페에서는 찐하고 멋진 베트남 커피가 1000원이다.
(스타벅스는 베트남 물가를 생각하면 꽤 비싼 편이다.)
베트남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모습이다.
커피 한 잔과 담배 한 가치의 여유로움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전 완전히 사라져버린 이제는 죄가 돼버린 모습이다.
베트남에서 죄의식을 벗고 맘껏 즐겼다.
비흡연자를 위한 담배 제어까지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배려 강요를 법제화하며 사람들의 이해심을 떨어트리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한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서두에도 쓴 내용이지만,
약간의 베트남 언어로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면,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베트남인들은 상당히 순수하다.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며, 작은 일에도 슬퍼한다.
한국인과 한국 자본이 한국에서 하는 방식대로
신뢰를 저버리고 갑질 및 편법을 이용하는 것들이 조금씩 문제시되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인들은 그들만의 룰과 자긍심이 있다.
그걸 무시하고 자본의 논리로만 접근하려는 이들이 평판을 떨어트린다고 한다.
물론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일은 여기에서도 있다.ㅎㅎ
투어는 가이드나 지인에게 도움을 받으면 좋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쥔장의 5일짜리 베트남 이해력이다.
너무 진지하게는 받아들이지 말고, 가볍게 읽어주길 바란다.
앞으로 베트남 관련 소식을 듣게 되면 훨씬 잘 이해될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다음 주에 방문한다니, 그 소식들을 음미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