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공권력의 무능함
한문철 아재를 좋아한다.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타인의 교통사고를 피핑하는 쾌감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는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서 입체적으로 사고하고 맥락적 판단을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경찰, 검찰, 사법부가 반드시 가져야 하는 능력이다.
공권력과 사법부가
갈등을 만들고, 범죄를 부추긴다.
내가 생각하는 이 사회의 최대의 적폐는 이 부분이다.
이유는 그들의 무능함이다.
경찰, 검사, 판사들은 이 사회의 심판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그럴 능력도 의지도 철학도 없다.
갈등을 없애고 범죄를 제어하는 것이 그들에게 부여된 미션이지만,
갈등을 만들고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한문철의 교통사고 몇대몇은 생각보다 훨씬 좋은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교통사고 문제풀이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사안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방송된 문제 하나로 간단하게 살펴보자.
골목을 지나가던 차량에, 자전거가 전속력으로 추돌한 사건이다.
자동차의 블랙박스에 사고 정황이 모두 담겨 있던 교통사고였다.
이 사고에 대한 경찰과 보험사의 판단이다.
경찰
중앙선 침범이고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하지 않았다.
자동차의 과실이다.
보험사
자전거가 약자다.
자동차의 과실이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경찰과 보험사의 입장이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렇게 판단한다.
운전자는 억울했고, 감정을 의뢰했다.
1. 맥락을 파악한다.(당시의 도로 상황)
2. 팩트들을 확인한다.(이면 도로 특징, 노란 실선의 의미, 법적 예외 조항 등)
3. 다면적으로 분석한다.
4. 통합해서 결론을 내린다.
한문철 변호사가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중앙선 침범이 아니다.
1. 맥락을 파악한다.(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시야 확보 안 됨)
2. 팩트들을 확인한다.(주행 속도, 횡단보도의 의미, 자전거의 과실 등)
3. 다면적으로 분석한다.
4. 통합해서 결론을 내린다.
한문철 변호사가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문제없다
경찰이 자동차 과실이라고 한 것과 다시 한 번 비교해보자.
중앙선 침범이고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하지 않았다.
기초적이긴 하지만 이게 입체적 분석과 단면적 분석의 차이다.
그리고 능력과 무능력의 차이다.
한문철 변호사의 판단 방식이 당연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꽤 좋은 프로그램이다.
맥락과 팩트를 통해 다면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을 시켜준다.
한문철 변호사는 이렇게 판단했다.
역주행 자전거 과실 100%다.
만약 경찰과 보험사들의 판단대로 결론이 났으면 어떻게 될까?
그 자전거 운전자는 앞으로도 조심해서 운전할 필요가 없다.
그는 계속 이렇게 운전할 것이고 또다시 사고가 나면 운전자에게 큰소리치며 보험금을 타게 된다.
다음 사고는 이 사고보다 훨씬 더 커져서 목숨을 잃는 대형사고로 확장될 수도 있다.
경찰이 이렇게 판단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자해공갈단도 악용을 한다.
잘못을 하고도 큰소리치는 사태가 빈번하게 벌어진다.
그렇게 공권력은 갈등과 범죄를 부추긴다.
개인적으로 이런 최근의 뉴스들에 대한 거부감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녀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뷰를 읽어보면 그냥 경찰의 무능력에 대한 얘기다.
언론들 스스로 확증편향하여 남녀갈등으로 가공해낸다.
얼마 전, 사이버팀을 다녀왔다.
온라인 문화도, 온라인 용어도, 여론 조작도, 댓글 작업도, 블로그/트롤 개념도 모른다.
다른 부서에 있던 사람들이 순환근무로 사이버팀으로 넘어와서 수사를 한다.
이런 범죄의 특수성과는 관계없이 한 ID당 진술서만 몇 시간씩 쓰고 검토한다.
맥락 같은 것은 아예 보지를 않고, 단어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판단한다.
(위에서 '중앙선 침범이냐 아니냐' 하나에 집착하며 판단했던 것처럼...)
과연 그들이 온라인의 심판을 볼 능력이 될까?
나는 절대로 안 된다고 본다.
내 블로그에 달린 그 천박한 댓글들에 '표현의 자유'라며 합리화하고,
맥락상 트롤링을 의미하는 '병신짓'이란 단어 하나에 천착하는 모습 때문에 난독 해설서까지 만들어서 제공해야 했다.
경찰 덕분에 그 아이는,
상대방을 온갖 방법으로 조롱하고 도배하며, 공론장을 파괴시키는 행위를 하다가,
기분 나쁜 소리 한마디만 들으면 경찰에 가서 고소하는 행위를 지속할 거다.
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는 생각을 누가 주입시켰던가?
나는 아니다.
사람들이 악랄해진 것이 아니다.
공권력과 사법부가 부추겨서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필요가 없게 만들고,
무조건 법적으로 하면 유리하도록 만든 것은
너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