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법이냐?
법원의 블랙리스트에서 시작된 문제가 법치농단이 됐다.
언론은 사법거래, 블랙리스트 정도로 치부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법원의 뿌리까지 뒤흔든 사건이다.
박근혜의 국정농단에 뒤지지 않는, 양승태의 법치농단이다.
대한민국의 사법부 뿌리까지 뒤흔든 사건이다.
작년부터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사건이다.
주인공은 전 대법원장 양승태다.
양승태의 법치농단을 최대한 가볍게 정리를 한 번 해보자면 이러하다.
판결을 뇌물 삼아 정부에 로비하는 이익단체의 모습을 사법부가 보여줬다.
판사들의 능력이 아닌 성향을 통해 법과 양심이 아닌 판결로 정치하게 했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토대로 어떤 견제도 없이 판결 권한으로 사익을 취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법부의 존재 의의 자체를 없애버렸다.
'이게 나라냐?'에 이은 '이게 법이냐?'를 몸소 보여줬다.
수많은 사람들의 눈에서 피눈물을 뽑아낸 사건들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조사단은 대부분의 문제들을 비공개로 봉인했고, 공개한 내용들도 일부만 인용했을 뿐이다.
비공개 문서들의 파일 이름들 몇 개만 살짝 보자.
이건 사법 거래가 아니다.
사법부가 대통령의 시다바리 역할을 한 것이다.
법을 믿거나 존중할 이유가 사라졌다.
KTX 해고 승무원들은 뉴스를 접하고 대법원 점거 시위에 나섰다.
그들은 대법원을 점거할 자격이 있다.
대법원을 그들에게 허하라.
법관들의 성격, 이메일, 가정사, 재산 변화까지 상세하게도 사찰했다.
그들도 이것이 얼마나 심각하고 나쁜 짓인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정작 가장 큰 문제는 사법부는 이것을 스스로 해결해 낼 의지도 능력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 특조위의 결과 발표에서 사법부를 더욱 신뢰하지 못하게 됐다.
용어에 대한 자의적이고 사전적인 정의
범죄의 크기와 맥락을 판단하지 않는 조항 타령
범죄자들 스스로가 나쁜 짓인 줄 아는데 법원만 모름
이러고 자부해버리니 사람들이 법원을 신뢰하지 않고, 법관이 우스워지고, 법의 무게가 가벼워진다.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사법부는 자체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
실제로 사찰당한 판사 한 명은 따로 고발을 하고자 한다.
예전에 한 대법관께서 퇴임하시면서 절절한 심정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후임 법관들이 뼛속까지 새기고 조금이라도 실천하기 위한 말이다.
저는 오랜 법관 생활에서 국민의 신뢰야말로 사법부의 유일한 존립 기반임을 확신하고 있었고,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 신뢰를 획득하는 것은 모든 법원 구성원들의 기본적 의무라고 생각하여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민의 신뢰 증진이 대법원장인 저에게 주어진 법관으로서의 마지막 소명이라는 각오 아래 그 방향으로 모든 사법정책의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중략)
우리의 사법체계는 사법부의 독립이 민주체제를 유지하는 데 얼마나 결정적인 것인지를 역대 헌정사를 통해 절실히 인식하고 만들어낸 역사와 경험의 산물입니다. 오랜 역사적 교훈을 통해 이룩한 사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거나 정치적인 세력 등의 부당한 영향력이 침투할 틈이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어렵사리 이루어낸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말 것입니다.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법관독립의 원칙은 법관을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법관에게 특혜나 특권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법관독립의 원칙은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제도로서, 법관에게는 어떠한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재판의 독립을 지켜야 할 헌법적인 의무와 책임이 있을 따름입니다.
법관이 이러한 헌법적 책무를 깊이 인식하고 법의 정신에 따른 슬기로운 균형감각과 의연한 기개로써 지혜와 희생정신을 발휘할 때 사법은 비로소 국민의 굳건한 신뢰 위에 서서 그 소중한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대법관도 계셨다.
이 대법관님은...
??????????????????????
너였냐?
나름 성공했다는,
소위 사회지도층이라는,
작자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니, 우리 사회에 현재 유체이탈 화법이 엄청나게 유행 중이다.
자신의 잘못은 전혀 돌아보지 않고,
상대의 티끌을 지적하며,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고, 상대를 단죄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이다.
많이 기대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대감이 너무 크게 무너졌다.
위의 워딩도 비판이 쇄도하자 겨우 저만큼 나온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라는 조직과 법원의 프라이드를 위해서 최소한 이런 말을 했어야 한다.
1. 관련 사법거래 당사자들은 끝까지 찾아내서 모두 사법부에서 쫓아내겠다.
2. 판사 임용 기준을 완전히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판사를 신뢰하게 만들겠다.
3.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관련자들은 법률계에서 추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의 사법부를 쓰레기로 만든 사람들에 대한 사법부의 수장은 사법부를 지키기 위해서, 법관들의 프라이드를 지켜주기 위해서, 법을 신뢰하게 만들기 위해서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 모습도 겨우 첫발자국일 뿐이다.
'판사 업무가 과중하다'가 아니라,
'왜 한국 법원은 범죄를 부추기는가?'를 고민할 수 있어야 진짜 법원 개혁의 시작이 될 거라고 본다.
한국 법원에 업무가 많은 이유는,
나쁜 짓을 하면 법원으로 갈수록 유리하고, 대법원으로 갈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나쁜 짓을 하고 법원으로 오면 X 된다는 것을 보여줘 봐라.
절대 과중해지지 않을 것이다.
부처도 아니고 맨날 선처 타령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법원으로 몰려드는 건 당연한 거다.
마지막으로
승태야 학교 가자~
간단하게 이 한마디 하려고 시작한 포스팅이 너무 길어졌다.ㅠㅠ
승질이 뻗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