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의 영국 Aug 23. 2022

영국에도 미술 촉감놀이가 있다고요.

모던 아트 옥스퍼드 - Ruth Asawa 전시 

영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한국이 부러울 때가 종종 있다. 문화센터가 그것인데 영유아가 가는 문화센터가 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집에서 엄마가 해주기엔 부담스러운 놀이를 (어지르고 재료가 많이 드는 그런 놀이들) 그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학원 시스템이 없는 이곳에서 음악이나 미술 운동을 가르치려면 개인 튜터가 필요하고 시간당 수업료가 많이 비싸다. 학원 시스템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전혀 없는 곳에 살면 그게 또 그렇게 아쉽다. 


미술을 좋아하는 내가 집에서 아이와 같이 그림을 그리고 만들기를 하고 노는 걸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질 무렵

남편이 옥스퍼드 현대미술관에서 제공하는 어린이 미술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고 큐레이팅이 잘 되어있다고 하길래 얼른 웹사이트를 찾아보고 예약을 했다. 


그렇게 이곳에서 미술놀이에 발을 들였다. 





Modern Art Oxford 

Trevor Green and a small group of modern art enthusiasts founded the Museum of Modern Art Oxford in late 1965, opening small shows with local art enthusiasts in a warehouse in King Edward Street. The museum’s primary aim was ‘the advancement of education of the general public in the modern visual arts’.

... 옥스퍼드 현대 미술관의 궁극적 목적은 '현대 시각 예술에 대한 대중들의 교육 증진에 있다.'



Copyright by Google 



내가 다녀본 옥스퍼드 내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 중 가장 재미있고 획기적이며 관람객 친화적인 곳은 옥스퍼드 현대미술관이라고 말하고 싶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현대 미술관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이 대중의 현대미술에 대한 교육 증진이라고 말했듯, 이곳은 미술관의 설립목적을 지금껏 잘 이행해오고 있는 거 같다. 


원래 갤러리(형태)로 시작한 지금의 미술관은 술을 만드는 공장이었던 지금의 건물로 이전하며 이름도 Museum of Modern Art Oxford (1965)에서 2002년 Modern Art Oxford로 바꾸고 지금까지 대중을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요 전시로는 1975년 아그네스 마틴(Agnes Martin, b. 1912 - d. 2004) 회화, 1989년 야요이 쿠사마 (Yayoi Kusama, b. 1929) 조각 전시, 1993년 중국 현대미술 붐이 일기 시작한 초기, 대표적인 작가들의 그룹전,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Marina Abramovic, b. 1946) 미디어 설치작품을 비롯해 2000년대 들어서는 2002년 영국 YBA 중 한 명인 트레이시 에민 (Tracey Emin, b. 1963)의 대표작인 네온사인 작품 및 설치작품과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영국 여성 화가 제니 샤빌 (Jenny Saville, b. 1970)의 영국 내 첫 개인전이 2012년 열렸다. 


참고로, 2002년 현대미술관이 앞머리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떼고 새로운 시작을 하며 그 해의 전시로 트레이시 에민을 선택했고 1997년 이후 작가의 첫 전시인 만큼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주로 어둡고 트라우마에 관한 작품들) 전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개인적으로 트레이시 에민을 선택한 것이 신이 한수가 아니었나 싶다. 이전까진 조금 더 묵직한(?) 작품을 위주로 전시하는 미술계 대선배들의 무대였다면, 트레이시 에민으로 인해 '우리도 이만큼 젊고 힙한 컨템퍼러리 공간이라고요'라고 말하려 한 게 아닐까? 








Make & Play Session 


Copyright by Modern Art Oxford

5세 미만의 아이들이 즐기는 미술 촉감놀이 세션으로 매주 목요일에 두 차례 60분씩 진행된다. 

가격은 £4.5. 

메이크 앤 플레이의 가장 큰 특징은 '매번 전시에 따라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는 점에 있다. 예로, 일본계 미국 조각가 루스 아사와 (Ruth Asawa, b. 1926 – d. 2013)의 자연주의 형태가 돋보이는 설치작품이 전시 중이라 전시가 진행되는 3개월간 매주 조금씩 다른 형태로 루스 아사와에 영감 받은 미술놀이가 제공되었다. 다음 전시는 9월에 시작인 현대 행위 예술의 대모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전시가 열린다. 그러니 9월부터 대략 3개월간은 아브라모비치 작품을 테마로 한 미술놀이가 진행될 거란 뜻이다. 


판화 이미지도 자연의 모습이 주제였다.
루스 아사와 작품의 특징은 오가닉 함이다.

흙을 만지고 심지어 리틀 가드너가 되어 라벤더와 민트를 심었다. 이것도 미술이라는 게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는 발상인가. 




감자를 굴리고 찍고 잘라서 도장으로 쓰고... 미술에 정답은 없으니까. 


지하 1층에 마련된 공간이라 더 조용하고 차분해진다. 마치 하나의 갤러리 같다.






Summer holiday family activities


Copyright by Modern Art Oxford

이름 그대로 여름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그 가족들 또는 누구나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이 또한 전시 중인 작가의 작품을 테마로 다양한 미술 활동이 제공된다. 

매주 목요일 1-4pm 

무료




Copyright by Modern Art Oxford







루스 아사와의 자전적 이야기가 어린이의 시선으로 닮긴 그림책
그녀의 작품은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부드러운 곡선과 대조적으로 철사로 만들어졌다. 작가가 인내한  시간이 보인다.



3개월의 세션동안 지하에서 미술놀이 수업을 하고 난 후 항상 위층으로 이동해 전시장을 쭈욱 둘러보고 미술관을 나왔다. 

미술관을 나올 때마다 나는 어린 딸아이에게 말했다. 

"우리가 오늘 만들고 그린 거 전부 미술작품이야. 전시실 작가도 너처럼 마음껏 만들고 그리고 미술로 놀면서 저렇게 멋진 작품을 만든 거야. 오늘 너무 재밌었지? 다음 주에 또 오자" 



옥스퍼드 현대미술관 덕분에 이번 여름은 우리 집 거실 벽이 딸아이의 작품으로 가득 찼다. 





모던 아트 옥스퍼드 


https://www.modernartoxford.org.uk/



30 Pembroke Street

30 Pembroke Street


Oxford


OX1 1BP


UK
Oxford30 Pembroke Street


Oxford


OX1 1BP


UK


OX1 1BP


UK

작가의 이전글 옥스퍼드에만 있는 보물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