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Vietnam Veterans Memorial
워싱턴 DC에는, 수많은 메모리얼들이 있다.
2차 대전 메모리얼, 링컨 기념관, 한국전쟁 기념관, 토머스 제퍼슨 기념관 등.
하지만, 이 중 건축적으로 가장 큰 의미를 담고 있으며, 비극적인 의미로 기억하기 위해 지어진 메모리얼이라고 하면, 단연 베트남 메모리얼 일 것이다.
베트남 메모리얼은, 베트남 전쟁에서 사망한 미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건축된 메모리얼이다.
베트남 전쟁이란 미국이 베트남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싸웠던 전쟁으로, 미국은 약 20년간 이곳에서 6만명의 군인을 잃고, 거대한 반전 운동에 휩싸여 퇴각했다. 전투에선 승리했지만 전쟁은 진 것이다.
미국은 이 전쟁의 희생자를 잊지 않기 위해 이 메모리얼을 건축했다. 공원 한가운데 벽을 설치하는 것처럼만 보이지만, 실상은 더 큰 의미를 담고있는 건축이다.
이 건축의 특징은, V자 형태로 길게 뻗어있는 벽에 씌여진 이름이다. 한쪽 끝 입구에서 처음 들어가면, 이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안쪽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벽의 높이는 높아지고, 지면은 낮아지며, 어느새 키를 훌쩍 넘는 크기의 벽으로 바뀐다.
그렇게 큰 벽에 전부 사망자들의 이름이 있고, 심지어 메모리얼이 길고 높다. 이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 전쟁에서 희생되었다는 뜻이다. 내 키보다 훨씬 높은 벽에 전부 이름이 쓰여있는 모습을 보면, 그 이름의 수에 자연스럽게 숙연해진다.
반대쪽 끝으로 나오면 공원이 있는데, 이 근처에 여러 권의 두꺼운 책이 놓여 있다.
이 책은, 전쟁에서 사망하여 위 메모리얼에 이름이 남겨진 사람들의 지인이, 그 사람의 이름을 찾으려 할 때 이용하는 일종의 사전이다. Davis라는 이름의 페이지를 보면, Davis라는 이름의 수많은 다양한 성을 가진 사람의 이름이 있고, 몇 번째 벽 몇 번째 줄에 이 이름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이 책을 볼 때, 같은 이름의 사람이 몇명이나 희생되었는지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야말로 전쟁의 참혹함과 안타까운 희생을 알려주는 메모리얼 건축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