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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Apr 27. 2020

[독서일기] 모차르트 그 삶과 음악, 제러미 시프먼

모차르트,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모차르트, 슈베르트, 베토벤, 쇼팽, 바흐, 비발디, 그리고 수 많은 클래식 음악가들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클래식은 어렵다는 편견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만, 사실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피아노 학원에서 연습곡으로, 드라마나 영화, 광고의 배경 음악으로 우리는 쉽게 접해왔다. 하지만, 그 유명한 곡들의 작곡가와 제목을 기억 못하는 건 나의 기억력 탓일까 아니면 관심 부족 때문일까. 유럽은 음악, 미술, 문학, 연극, 건축 등 예술로 유명한 곳이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그 역사나 가치가 잘 보존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유럽 여행이 가지는 매력을 좋아한다. 나 역시 예술에 대한 이해는 없지만 아시아권에서 접할 수 없는 유럽만이 가진 그 문화나 느낌이 참 좋다. 인문학적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유럽 여행을 다닌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지금처럼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나는 유럽의 오래되었지만 잘 보존된 건물들과 작은 골목길 바닥의 돌처럼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과 작고 소박한 모습을 함께 가진 유럽의 풍경이 참 좋다. 더불어 한 나라의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종교, 그것이 한 나라의 모습과 사람들의 생활에 끼친 파급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하겠다. 만약, 종교라는 것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륙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오스트리아 여행을 앞두고 만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모차르트가 천재 음악가로 꼽히는 것은 어느 누구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역시나 유명한 음악가여서인지 책에 동봉된 CD를 듣고 있자니 들어본 곡들이 생각보다 적지 않다. 다만 여전히 제목은 기억을 못하겠다. 책 <모차르트, 그 삶과 음악>에는 편지글이 많이 나온다. 그 옛날 예술가들이 남긴 편지를 통해 그들의 삶과 예술 작품을 이해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편지를 남긴 모차르트에게도, 편지를 잘 보관해준 이에게도 참 고맙다. 음악의 천재 모차르트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음악가의 집안에서 자랐다. 말을 배우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럽게 건반에 익숙했다고 한다. 그러니 신동, 천재와 같은 수식어가 당연하지 않았을까. 책에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어린 모차르트와 피아노 옆에서 악보를 보며 노래하는 누나 마리아 안나(난네를), 아이들 곁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아버지 레오폴트의 그림이 있다. 그림만 보면 참 보기 좋은 가족의 모습이다. 모차르트가 음악에 있어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것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런 모차르트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그 재능을 더 빨리 꽃 피울 수 있게 한 것은 아버지 레오폴트였다. 레오폴트는 분명 위대한 천재를 키워낸 박수 받아 마땅한 부모이지만, 천재적인 재능 외에 많은 기회를 빼앗은 것도 아버지 레오폴트인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그 쾌활함은 진짜였지만 그의 모습의 일부일 뿐이었다. 자신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야단법석이었던 기억이 끝이 없을 정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차르트는 언제나 애정에 굶주려 있었던 듯하다…(중략)…
그에게는 불안도 쾌활함 만큼이나 컸다. 불안은 그의 생애 마지막 나날까지도 그를 따라다니며 엄청난 불행감을 안겨주었다.” 27p


음악사에 있어 모차르트는 분명 대단한 사람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 들여다본 모차르트의 삶은 조금은 애처롭고, 안타깝다. 모차르트의 음악 활동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고, 그 시간 동안 평범한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을 수 있는 많은 경험들이 모차르트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아마도 아버지 레오폴트는 상업적 가치가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부모의 역할보다는 CEO 역할에 더 충실하지 않았나 싶다. 어릴 때부터 수 많은 귀족들을 대상으로 연주를 해야 했고, 그런 귀족들의 즐거움을 위해 곡을 써야 했고, 그런 활동만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던 모차르트, 당시 상황만 놓고 본다면 늘 즐겁고 행복할 수 만은 없었을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만들어진 곡들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건 자명한 사실이고, 역시 천재 음악가인건 말할 필요가 없다.


“모차르트의 위대한 음악은 본질적으로 드라마틱하다. 또, 그 안에 멜로드라마가 없고, ‘연극적인’ 사건도 드문 편이라는 점 또한 모차르트 음악의 본질이다. 모차르트 음악에 나오는 드라마의 성격은 전적으로 심리학적이다.” 89p


모차르트는 연주자를 뛰어 넘어, 오페라를 쓰는 데도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했다. 역시 천재다. 그는 피아노를 통해,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모차르트의 오페라가 심리학적이라고 평가 받는 것은 그가 경험했던 계급에 대한 차이, 사회에 대한 부조리, 자신의 삶에 대한 번뇌가 오페라 안에 녹아났기 때문일까.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오래 전에 몇 편 보기는 했으나, 아무 생각 없이 봤던 터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제 다시 모차르트의 오페라 공연을 본다면, 모차르트에 대한 이해가 조금 보태져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웃음 많고, 장난끼 많았던 모차르트, 세상을 천진난만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고 싶었던 것 같고, 그런 마음을 음악에도 고이 담아낸 것 같다.


책은 묘한 힘이 있다. 혼자 읽는 것도 좋지만, 함께 읽고 나누는 것은 더 큰 매력이 있다. 우리 동네 작은 책방에서의 독서모임은 어렵게만 생각해서 읽을 엄두도 내지 않았던 음악가의 책을 읽게 했고, 다른 음악가의 이야기도 궁금하게 한다. 음악가의 이야기를 알고 음악을 들으니 느낌이 사뭇 다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그의 천재적인 재능은 진짜 신의 선택을 받은 것일까? 재능을 타고 나는 것도, 천부적인 재능을 일찍 발견해내는 것도, 그리고 재능을 마음껏 펼치는 것도 신기하고 부럽다. 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 여행을 앞두고 만난 모차르트, 당신의 명곡들에 담긴 다채로운 감정을 언제쯤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제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2018.07.20. 일상을 여행하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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