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을 하면 궁금한 클래식
지난 주말 TV 프로그램에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그린 북’을 소개했었다. 흑인 천재피아니스트와 백인 운전기사가 인종차별이 심한 지역으로 콘서트 투어를 가면서 겪는 에피소드였다. 피아니스트 흑인과 운전기사 백인의 관계가 인상적이었는데, 품격 있어 보이는 피아니스트가 흑인이고, 그의 운전기사가 백인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는 것은 나의 뇌리에 탑재되어있는 일반적인 인종차별적 역할 이해 때문이 아닐까. 클래식은 그렇게 품격 있고, 우아한 음악이라는 일반적인 오해가 있다. 클래식을 자주 접하지 않고, 잘 모르기 때문에 분명 대중적이지 않은 느낌을 준다. 생각해보니 우리 집에 장식품처럼 놓여진 피아노도 좀 아이러니하다.
클래식 음악의 첫 선율만 듣고도 작곡가와 제목까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면 참 교양 있어 보일 것 같다. 25년 전,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흑과 백의 연가’라는 한국 제목을 가진 외국 영화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났다. 잘생긴 남자 고등학생 합창단원이 반복해서 부르는 노래는 영화에 빠져들기 충분한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그때 영화의 주제가처럼 반복해서 등장한 노래가 바로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였다. 이 곡은 첫 선율만 듣고도 내가 단번에 알아맞힐 수 있는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곡이 되었다.
“살롱에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친 슈베르트, 선의의 경쟁을 통해 인간적으로 그리고 음악적으로 발전해나간 쇼팽과 리스트, 그리고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려 한 슈만과 그의 소개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쇼팽과 브람스, 그리고 슈만과 브람스가 사랑한 클라라까지”, 책 <방구석미술관>이 화가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려주었다면, <클래식이 알고 싶다>는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서로의 관계에 연결해 자세히 들려준다. 이름으로만 기억하는 음악가들의 숨은 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웠고, QR코드로 연결해서 들어보는 음악은 귀에 익숙했다.
스페인 여행에서 유명한 화가 피카소 박물관을 일정에 포함했었다. 피카소의 익숙한 이름만 기억하고 방문한 미술관에서 눈으로 그림만 보고 왔던 기억이 있다. 책 <모차르트의 삶과 음악>, <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 <잘츠부르크>를 읽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그 느낌은 사뭇 달랐다. 박물관 입구에서 모차르트를 만나러 가는 나의 발걸음은 설레였고, 천천히 전시물들을 둘러보면서 그의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작은 방 창가에 서서 모차르트처럼 창 밖을 내다보고, 잠시나마 그를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전시관을 가만히 둘러보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떠오른다. 책 <클래식이 알고 싶다>를 읽으니 클래식이 듣고 싶어진다. 숨은 스토리의 해설이 더해지니 더욱 흥미롭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내가 만나는 책들은 음악과 미술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시대에 활동한 예술가들은 나이, 국적, 성별을 불문하고 서로의 작품에 영향을 주는 관계를 맺었음을 알려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유명한 예술가들을 천재라고 부르지만, 그 시대의 살롱문화 덕분인지 예술을 함께 즐기는 벗들이 있었기에 서로가 성장하는 결과를 만들어낸 건 아닐까. 옛 모습을 많이 보존하고 있는 유럽을 여행하면서 음악과 미술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분야가 되었다. 예술이라는 분야는 하얀색 도화지 위에 펼쳐진 무지개 빛깔의 붓이 자유롭게 춤을 추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에서 나아가 그림을 들으면서 바라보고, 음악을 바라보면서 들을 수 있는 조금 더 깊고, 넓은 감상을 느껴보고 싶다. 적어도 예술 작품을 덮어버리지 않고, 가만히 즐길 수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입 꼬리를 슬며시 올려본다. 예술가들의 살롱문화가 부럽다.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부럽다. 오늘은 그들의 살롱문화를 상상하면서 클래식하게, 고전의 음악을 들어보리라.
2020.02.14. 일상을 여행하는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