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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Sep 10. 2020

[독서일기]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노엘라

음악과 미술의 하모니

청명한 가을 하늘, 하얀색 물감을 시원스럽게 풀어놓은 것 같은 요즘이다. 한 폭의 그림 같은 가을 풍경에 눈이 부셔 자꾸만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의외의 찰나에 마음에 행복 물감을 떨어뜨린 것 같이 미소가 번지고, 빛을 그린 화가 클로드 모네의 그림이 떠오른다. 오늘은 모네의 그림 같은 가을 하늘을 만났다. 그리고 살랑 살랑 바람에 진하게 묻어오는 계화나무 꽃 향기에 흠뻑 취해본다. 책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덕분에 마흔이 되어서야 그림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는데, 이번 가을엔 하늘의 풍경 속에서도 그림을 만나는 행운을 가져본다. <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를 읽고 말러의 교향곡 6번을 들으며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감상하는 멋진 상상을 해 보고, 나는 그렇게 그림과 음악의 앙상블을 떠올렸고, 책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을 셀레이는 마음으로 펼친다. 


그림과 음악은 통하는 것이 많다. 종종 함께 보고 들으면 감정이 배가되는 것을 발견한다.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은 붓 터치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모네의 그림은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은 화성과 허공에 떠다니는 듯한 음표들로 신비스럽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드뷔시의 음악을 연상케 한다. 표현주의 화가 뭉크의 강렬한 색채와 거친 붓 터치 또한 표현주의 음악가 쇤베르크의 말하는 듯한 창법이나 12음계 등을 통해 그 공통된 느낌을 찾을 수 있다.” 13p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인다. 책은 비슷한 배경, 환경을 가진 음악가와 미술가들이 각자가 느낀 감정들을 자신이 가진 예술의 영역에서 어떻게 표현해냈는지를 들려준다. 누군가는 그림으로, 그리고 또 누군가는 음악으로 말이다. 늘 자연스럽게 접해 온 음악의 힘과 더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그림이 가진 힘이 더해지니 마음의 공감, 위안을 함께 받게 되는 느낌이다. 아마 예술가들도 서로의 작품을 통해 응원과 위로를 받고, 때론 작품 활동에 영감을 얻어 그것을 자신만의 느낌으로 표현해내고, 그렇게 예술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 동안 예술은 어려울 것이라는 나의 편견의 벽은 한 순간에 내려앉았고, 나의 일상도 하나의 예술이라는 생각이 터무니 없지 않음을 확신하게 된다. 음악도, 미술도, 문학도 언제 어떤 감정의 상황에서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나만의 해석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고, 다르게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음이 일반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술은 분명 시대를 따라 변화하지만,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각자가 보고, 듣고, 느끼는 만큼 다르게 받아들인다. 


예술을 접하는 이들이 원하는대로 재해석하도록 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존 케이지의 <4분 33초>라는 곡을 소개한다. 이 곡은 제목처럼 정확하게 4분 33초 동안 음악을 들려준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이 곡의 연주에는 이 곡을 듣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한다. <4분 33초>의 가장 큰 매력은 작곡자 존 케이지의 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세상에 빈 공간이나 빈 소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엔 언제나 볼 것이 있고 들을 것이 있다. 아무리 고요함을 만들려고 노력해 봐도 완전한 고요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216p


사실 우리는 아무리 듣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어떠한 소리든 듣게 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곡은 음악을 감상하는 모든 이에게 예술가로서의 참여와 자신만의 해석을 요구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존 케이지의 음악과 함께 물감을 떨어뜨리는 기법으로 그림을 완성하는 잭슨 폴록을 소개한다. 4분 33초에도 작곡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지만 관객으로 하여금 예술에 참여하게 하고, 그 느낌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가지기를 의도했듯이, 잭슨 폴록의 그림도 우연히 물감을 떨어뜨려 그린 것 같지만, 화가 자신만의 숨은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그래, 예술은 어려운 것도 아니고, 우리와 동떨어진 것도 아니다. 일상 속에서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데로 그렇게 우리는 예술적 삶을 살고 있다.


나는 종종 예기치 못한 위로가 필요한 상황을 만날 때가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빈도가 더욱 많아지고, 상황이 다양해진다. 그럴 때마다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까 참 고민스럽다. 그래서 주위의 누군가가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말보다는 책으로 마음을 전하게 되는데, 이제는 어떤 책을 건네야 할까라는 고민은 잠시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 슬플 때 슬픈 음악을 들으면 마음의 공감을 얻어 치유가 되는 것처럼, 그림도 “힘들었겠구나… 속상했겠다… 많이 아팠지?... 괜찮아. 다 지나갈거야…”라고 가만히 안아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된다.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토닥토닥 나의 마음에도 따뜻한 봄 햇살 같은 평온함이 천천히 다가온다


2018.10.19. 일상을 여행하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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