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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Jun 08. 2020

[독서일기] 빈센트 나의 빈센트, 정여울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

1년 전, 눈부신 태양에 반짝이는 초록빛 나무들이 숨 쉬는 계절에 나는 고흐를 만났다. 그림을 잘 몰라서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고흐의 편지 글로 만난 그의 그림은 분명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책 <빈센트 나의 빈센트>로 꼭 1년 만에 다시 만난 빈센트 반 고흐,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만큼이나 반갑다. 나는 어느새 책을 펼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고흐미술관에서 그의 그림을 마주하고 있다. 


정여울 작가가 빈센트 반 고흐의 책을 썼다고 해서 내심 궁금했다. 작가의 책 <헤세로 가는 길>을 인상 깊게 읽었던 터였다. 헤세의 작품을 단 한번도 읽은 적이 없던 나에게 작가는 헤세가 태어난 곳, 살았던 곳, 그리고 작품의 배경이 된 곳을 따라 여행하면서 헤세의 작품을 이야기해주었다. <빈센트 나의 빈센트>는 작가가 10년 동안 빈센트 반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떠난 여행 이야기이다. 헤세를 따라 떠났던 여행처럼, 고흐를 따라 떠난 그녀의 여행은 나에게 고흐를 만나러 떠나라고 속삭여주었다. 그렇게 나는 고흐를 다시 만났고, 그가 조금 더 좋아졌다. 다만 그녀의 글도, 그의 그림도 지독하게 외롭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림과 함께 배치된 사진을 보면서 가슴 한 켠이 먹먹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빈센트의 인물화를 볼 때마다 내가 놀라는 점은 그가 ‘얼굴’뿐만 아니라, ‘감정’을 그리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그는 한 인물이 지닌 정서적 특징, 감정적 표현을 최대한 강렬하게 압축하여 인물화에 녹여 넣는다.” 347p


“<감자 먹는 사람들>에는 아직 미숙하고 서툴지만 ‘빈센트적인 것’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자칫 칙칙하고 어둡게만 느껴질 수 있는 사물들 안에서 희미하게 뿜어져 나오는 빛을 포착해내는 날카로운 관찰력, 화려한 인공적인 색감이 아니라 사물이 본래 지니고 있는 소박한 색감 속에서 고유의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능력, 정지된 단 하나의 장면 속에서 인물들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그린 서사적 힘까지. 이 그림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과 몸짓 속에 그가 살아온 인생의 파란만장한 굴곡까지 녹여내는 야심찬 기획이 담겨 있다.” 86p


1년 전, 고흐의 그림을 만났을 때는 그의 편지 글이 주는 감동이 컸다. 고흐의 인생을 들여다보면서 그의 그림을 바라봤었다. 정여울 작가의 글로 만난 고흐의 그림 안에는 스토리가 담겨져 있었다. 보기 좋은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판매해서 생계를 이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고흐는 그림에 있어서는 고집스럽게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길 원했던 것 같다. 자신의 색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그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어떤 메시지를 담아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 당장 힘든 시간을 자신의 신념으로 우직하게 버텨낸 그의 모습이 존경스럽다. 그런 고흐를 떠올리면서 나는 내 일에 있어 고집스럽게 지켜내야 하는 신념을 제대로 알고는 있는지, 나에겐 그런 인고의 시간을 버텨낼 힘이 내 안에 있는지 반추해보는 시간이 필요함을 느꼈다. 


“나는 빈센트를 통해 오늘도 배운다. 모두가 칠흑 같은 어둠만을 바라보는 캄캄한 밤중에도, 일부러 쏘아올린 폭죽보다 더 찬란하게 빛나는 별들의 눈부신 축제를 발견해내는 빈센트의 눈을 닮아보자고. 인생이 내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을 때조차, 이 세상에서 오직 내게만 보이는 사랑의 빛깔과 형태를 찾아 헤매는 일을 결코 멈추지 말자고.” 352p

2019.07.12. 일상을 여행하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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