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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May 22. 2020

[독서일기] 책만 보는 바보, 안소영

참 좋은 책을 만났다

새벽 어스름이 자욱한 고요한 시간, 투닥투닥 떨어지는 빗소리가 마음 깊숙이 스며든다. <책만 보는 바보>를 쓴 작가는 부드러운 햇살이 창호지문으로 스며들 듯, 그의 마음에 스며들어 그 자신이 되어 보기로 하고 책을 썼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을수록 책만 보는 그 이덕무와 작가의 일체감이 나도 덩달아 책 속으로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책만 보는 그의 삶은 분명 고된 시간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책 읽기를 마음껏 하고자 노력했고, 주변에 뜻이 잘 맞는 벗들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생각을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었고, 서로의 성장과 발전을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관계였다. 나는 그들의 관계가 퍽이나 부러웠다. 아무리 힘든 환경일지라도 올바른 가치관을 바탕으로, 바른 생각의 씨앗을 세상에 뿌릴 수 있는 용기가 더 큰 긍정의 꽃을 틔울 수 있음을 공감해본다. 부정적인 작은 파동들이 모여 더 큰 불만의 파도로 휘감아 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봇물 터지듯 불만과 비난이 끊임없이 솟구쳐 오르는 모습에서 나는 아주 피곤함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이덕무와 그의 벗들간의 관계가 부러운 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함께 책을 읽고, 세상일을 이야기하고, 시를 썼다. 각자의 가슴속에 담긴 생각을 먼저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서로 다른 처지가 그리 문제 되지는 않았다. 130p


옛 사람의 마음을 만나보시기 바라며. 라는 작가의 서명을 시작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좋아하고 독서를 통해 끊임없이 사색하는 이덕무의 모습, 다음 세대를 걱정하며 잘못된 것을 바르게 고쳐보려는 이덕무와 그의 벗들, 어쩌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마음이지 않을까.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한 온돌 방에 배 깔고 엎드려 누워 책을 읽는 나를 만나본다. 책만 보는 바보 덕분에 마음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참 좋은 책을 만났다.


“책 속에는 사람의 목소리가 있다. 세상살이와 사람살이에 대한 깨우침을 주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있고, 그늘진 신세를 한탄하는 울적한 목소리도 있다.” 51p


“나는 또한 그림을 보듯 책을 본다. 아무도 가 보지 않은 울창한 숲을, 책은 나에게 보여준다. 그 숲으로 한 발 내디뎌 본다. 높이 뻗은 아름드리나무들은 하늘마저 조각 내 새롭게 보이게 하고, 채 마르지 않은 이슬은 내 무릎을 적신다.” 52p


“어떤 때는 책에서 냄새가 나기도 한다. 자연이 저마다 독특하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그런 냄새이다.” 54p


작가의 문장은 진실되고, 표현은 섬세하다. 허투루 쓴 문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 이덕무가 쓴 것 인양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옛 사람의 마음을 만나보라는 작가의 이야기처럼 나는 옛 사람을 만났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많아서 크게 공감하며 읽었다. 책 읽기에 관한 이야기는 나의 책 읽기를 대입해볼 수 있게 했고, 쓰임에 관한 이야기는 나의 일, 나의 역할,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했다.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그 시대의 불편한 권력은 지금 사회의 모습과도 별반 다르지 않아 씁쓸했다.


“시간을 나눈다는 것은, 반드시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는 사람들끼리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옛사람들로부터 나는, 그들의 시간을 나누어 받기도 한다. 옛사람들이 살아온 시간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들, 그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산과 들을. 내 안에 스며있는 그 시간들을 느낄 때면 나는 그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249~250p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 스스로가 빚어 낸 삶이 희미한 빛을 낼 때가 있다는 문장은 나의 힘든 시간을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것 같았다. 필요한 곳에 잘 쓰일 수 있도록 올바른 생각을 놓치지 말고 잘 살아야 한다고 책만 보는 바보가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2020년 새해, 참 좋은 사람을 만났다.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2020.01.31.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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