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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May 19. 2020

[독서일기] 타인은 나를 모른다, 소노아야코

나도 나를 모른다

나는 가끔 나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져본다. 하물며 다른 사람을 알고, 이해하는 건 분명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며 살아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책 <타인은 나를 모른다>는 '관계로부터 편안해지는 법'이라는 솔깃한 부제를 가지고 있다. 정말 관계로부터 편안해지는 법을 알 수 있을까? 그런 방법이 있기나 한 걸까?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책을 들었다.


"지금의 나이가 되고 보니 젊은 세대들에게 말할 수 있다. 인간관계는 기본적으로 삐걱거리게 마련이다. 어긋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해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25-26p


나는 인사팀에서 근무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으로 인해 다른 팀으로 이동을 요청하거나, 퇴사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다. 인사담당자로서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직원들에게 나이스한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없어서 답답할 때가 많다. 그래도 이렇게 하소연이라도 하니 속은 좀 후련하다고 하는 그들을 보면서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해줄 사람이 필요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다만 직원들의 힘든 이야기를 듣고 나면 내 마음은 이런 저런 번뇌로 복잡해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하는 나의 운명에 마음이 쓸쓸해지곤 한다. 물론 지극히 일방적인 관점의 이야기이고, 상대방의 입장까지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상당부분 공감을 하게 된다. 개인이 힘든 부분을 조직 내에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직장의 현실이고, 갈등을 일으키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자신은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고 생각을 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나도 안다. 관계에 있어 옳고 그름은 없다는 것을.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나는 매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아이들과 같이 파릇파릇한 신입사원들을 만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신입사원들이 변했다. 그렇게 세대가 변하고, 사회가 변하고, 세상이 변했다. 우리보다는 나라는 개인이, 일보다는 나의 생활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 정부의 노동 정책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여 급변하고 있다. 나는 평소 세상에 나와 마음이 딱 맞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믿고 있다. 쌍둥이조차도 서로 다른 점을 가지고 있고, 오랜 시간 함께 살을 부대끼며 살아온 부부도 딱 맞을 수가 없고,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도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우리는 모두 다른 모습, 다른 생각을 가지고 함께 살아간다. 그렇다. 세상은 원래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기본적으로 삐걱거리게 마련이다. 나에게 맞출 것을 요구하기보다 톱니바퀴처럼 한 발 자신의 주장을 내세웠다면, 상대에게 한 발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어느 일방이 아닌 서로 함께 맞추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다만, 상대방은 절대 먼저 양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게 풀기 어려운, 아니 영원히 풀 수 없는 문제다.


"자연의 큰 특징은 결코 인간의 편의에 따라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물은 온전히 자신의 속도로 산다." 59p


자연은 신기함 그 자체이다. 언제나 계절의 시간은 흐르고, 그 시간에 맞추어 자연은 자신의 속도로 자신이 가진 빛을 낸다. 봄이 되면 살랑살랑 봄 바람에 잔디가 돋아나고, 길가에 향기로운 꽃들이 피어난다. 여름이 오면 햇살에 초록이 눈 부시고, 매미와 새들의 오케스트라 공연 실황으로 아침 잠을 깨워준다. 가을이면 쓸쓸한 빛깔의 낙엽비가 내리고, 빨주노초파남보 예쁜 빛깔로 세상이 물들어간다. 겨울이면 일년을 치열하게 살아온 자신에게 살포시 순백의 이불을 덮으며, 휴식을 선물한다. 자연의 시간은 그렇게 사계절의 파노라마 사진을 보는 것처럼 우리에게 찾아오고, 또 지나간다. 서두르지도 않고, 욕심을 내지도 않는다. 인간관계도 자연의 모습과 닮아있다면 어떨 모습일까 생각해본다. 서로를 탓하지 않고, 기다려줄 줄 알며, 함께 어울려 자신만의 색깔을 당당하게 낼 수 있는 자연스러운 관계, 오! 생각만해도 멋지다. 어쩌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나의 희망사항일지도 모르겠다.


“나답게 산다. 나를 조용히 지킨다. 나를 숨기지 않는다. 나에 대해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 나를 함부로 내세워 자랑하지도 않는다. 동시에 나만이 피해자인 양 자기 연민을 갖거나 자학하지도 않는다. 나만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는 버릇을 들인다. 나를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이것들은 모두 정신적으로 좋은 자세를 가진 사람의 특징이다.” 70p


우리는 서로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갈등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갈등은 우리의 관계를 더 튼튼하게 하고 건강하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인간 관계에 있어 정답은 없다. 그렇기에 어느 누가 맞고 틀리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기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노력을 일방이 아닌 쌍방이 해야 하는 것이다. 나와 상대방의 속도를 적당하게 조절할 줄 아는 밀당 능력과 그런 조화로움 안에서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당당함이 필요한 타임이다. 책은 제목 하나 만으로 충분히 무언가를 말해주는 것 같다. 타인은 나를 모른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는 약간의 거리가 필요하다 우리의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


2018.08.24.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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