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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May 18. 2020

[아이와함께읽기] 햇빛마을 아파트 동물원

엄마와 딸이 함께 쓰는 독서일기

연두 빛 작은 새싹이 가만가만 고개를 내미는 계절,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은 나도 아이마냥 덩달아 마음이 설렌다. 아이는 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될 수 있을까. 어떤 선생님을 만날까 두근두근 한가 보다. 2019년 3월, 아이는 3학년이 되었고 차분한 여자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의 카톡 프로필을 보니 책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 책을 좋아하는 나는 배시시 웃음이 났다. 학기초, 선생님은 3학년 아이들이 볼 만한 책 목록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친구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아이들이 직접 선택해서 구입해올 것을 당부하셨다. 그렇게 아이는 책 <햇빛마을 아파트 동물원>을 골랐고, 지난 주 봄, 여름, 가을, 겨울, 한 해가 지나서야 자신에게 다시 돌아온 책을 집으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 매주 책을 읽고 독서일기를 쓰는 엄마에게 아이는 자신의 책을 추천했다.


“엄마, 이 책 읽고 독서일기 쓰면 안 돼?”

“어? 왜~? 며칠 전에 아빠도 자기가 읽고 있는 책 엄마한테 읽고 독서일기 쓰라던데, 나한테 왜 그래~”

“재미있어. 읽어봐.”

“나 햄스터 이야기 나와서 무서워. 안 볼래.”

“그림도 없어. 하나도 안 무서워. 괜찮아.”

아이는 웃음으로 일관하면서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았다. 아이가 읽은 책을 함께 읽어보는 것도 뭐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 지현이가 먼저 그 책으로 독서일기를 써. 그럼 엄마도 쓸게.”

“그래? 알았어.” 라고 짧은 대답을 남기고 아이는 책상으로 향했다.

아이는 진짜 독서일기를 썼다. 약속을 했으니 이제 안 읽을 수가 없게 되었다.



<햇빛마을 아파트 동물원>은 동물원 원장이 되는 것이 꿈인 초등학생 미오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동물을 키우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통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동화이다. 더 많은 동물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반려동물을 보살피는 것에 소홀한 자신을 발견하면서 정말 동물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가는 주인공의 에피소드이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가 개미를 잡기 위한 작은 통이 필요하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아이가 읽는 책을 함께 읽으니 그때 왜 그렇게 얘기했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서로의 느낀 점에 관해 이야기 해 보는 것도 아이와 소통하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내일은 아이의 봄방학, 오늘은 담임선생님께 감사의 편지를 쓰는 날이다. 아이는 아이의 마음으로, 엄마는 엄마의 마음으로 각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짧은 편지를 쓴다. 아이의 3학년은 친구들과 함께 규율을 정하고, 때로는 갈등을 겪으면서 서로의 관계를 지켜나가는 자율성과 사회성이 한 뼘 더 자란 시간이었다. 아이의 4학년, 어떤 성장의 일기를 써내려 나갈까 궁금해진다.


202002.21.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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