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게으름 예찬, 로버트 디세이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

by 좋은날

시간은 어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소득의 차이에 따라 돈으로 다른 사람의 시간(노동력)을 살 수는 있으나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언제나 공평하다.


# 하루

05:00, 어스름이 가시지 않은 시간, 나는 하루를 시작한다.

06:10, 일터로 향하는 시간, 동이 터오는 하늘을 마주하고 계절에 어울리는 음악을 듣는다.

07:00, 커피 한 잔의 시간, 아침의 고요함에 둘러싸여 책을 읽는다.

08:00, 직장인으로 돌아가는 시간, 그룹웨어를 확인하고 오늘 할 일을 체크한다.

12:00, 점심시간

12:30, 조명이 꺼진 사무실에서 책을 읽는다.

21:00, 아이가 꿈나라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 다시 책을 펼친다. (꾸벅꾸벅)

22:00, 아이를 따라 꿈나라 여행을 떠난다.


나는 가방에 늘 책을 넣어 다닌다. 언제라도 비는 시간이 생기면 습관적으로 책을 펼친다. 그다지 집중해서 책을 읽는 것도 아닌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생기면 왠지 책이라도 읽어야 할 것 같다. 가끔은 휴대폰을 열어 네이버 페이지와 밴드를 확인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분명 휴대폰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기계치인 것이 틀림없다.


"요즘 내가 독서를 하는 이유는 대체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다. 꼼짝도 하지 않은 채로 모험을 하기 위해서." 75p


"그냥 바라보기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또 하나의 방법." 85p


<게으름 예찬>,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 있는 휴식법’ 이라는 부제가 마음에 들었다. ‘내 시간을 가장 멋지게 보내는 게으름의 기술’이라는 책 띠지의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 굉장히 느긋해 보이는 책 표지의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나도 할 수 있는 한 책 표지 그림의 남자처럼 느긋하게 시간을 부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복되는 일상을 가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주어지는 여유 시간들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한다. 기술과 산업의 발전으로 사람들은 여유 시간을 더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쁘다’, 나 역시 ‘정신이 없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내 뱉는다.


# 여유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눈으로 만나는 외국인들에게는 언제 어디서나 바쁜 한국 사람과는 달리 여유가 느껴진다. 나는 그들의 여유로움이 부러워 유럽의 도시를 거닐고, 노천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는 상상을 해 본다. 일상이 존재하는 이곳이 아닌, 그곳에서는 나에게도 여유가 생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설렘을 준다. 여기서도 마음만 먹으면 한발 짝 떨어져서 나를 들여다 볼 수 있고, 한걸음 천천히 걷다 보면 가능한 일이지만, 나의 여행 시간은 언제나 바쁘다.


"나는 균형이 잡힌 삶마다 그 중심에는 우리를 자유롭게 해 주는 시간 개념이 있다고 굳게 믿는다." 292p


작가가 이야기하는 시간의 개념은 행복해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 안에서 인간성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며, 존재의 무한성을 즐기기 위한 것이고, 행복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이해가 좀 어려우나, 결국은 시간의 노예가 되지 말고, 스스로의 시간에 끌려 다니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나를 아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의 생활은 무미건조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열심히 해야 할 일이 있고, 반복되는 일상을 살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 안에서 새로운 모험과 변화를 위한 책과 여행을 만날 수 있어 나는 내 생활에서 충분히 행복감을 가진다. 내가 이해한 게으름 예찬은 누군가에게 기대는 삶이 아닌, 내가 주도적으로 나의 시간을 만들어나갈 수 있음이 중요한 것으로 정리해본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나만의 게으름의 시간을 만드는 것, 그것이 일상을 더 열심히 살아낼 수 있는 힘을 준다고 믿는다.


“느긋하게 있을 때 우리는 가장 치열하고 유쾌하게 인간다울 수 있다!”


2019.11.08.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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