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혼자냐고요. 혼자도 괜찮아서요.
<암호명은 시인>
<그 동안 모른 척했던 나 자신이라는 풍경>
<좋아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모두가 혼자>
<왜 혼자냐고요 괜찮아서요>
암호명은 시인, 시 보다는 여행 산문으로 유명한 작가, 나는 작가의 시를 읽어본 적이 없다.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에 이은 작가의 여행 산문, 쓸쓸함이 잘 어울리는 계절에 만난 혼자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 외로움의 시간에 더해진 시인의 감성이 세상의 풍경을 마주하는 사색을 경험하게 한다. 그것은 익숙한 공간에서 느껴지는 헛헛함과 낯선 공간에서 느껴지는 집밥 같은 온기를 동시에 가져다 준다.
그 동안 모른 척했던 나 자신이라는 풍경, 혼자가 익숙하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 혼자인 본인도, 혼자인 타인도 낯선 눈빛으로 바라보게 된다. 돌이켜보니 늘 사람들 속에 섞여 있는 나, 그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 튀지 않음을 선택한다. 배려라는 이름으로 선택을 미루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나를 드러내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는지, 어느새 무채색의 옷을 즐겨 입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나를 드러내지 않는 시간 속에 살고 있음을, 그것이 너무나 익숙해져 버림을 자각한다. 내 인생의 시간을 만들어가는 나만의 색깔이 나에게 요구되는 여러 역할을 통해 한 데 섞여버린 것은 아닐까. ‘내 삶이 한두 가지 단어로 규정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믿고 따르며 숨쉬는 공기 또한 나에게 한 가지 색깔을 강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바람이 통하는 상태에 나를 놓아두려 한다. 당신도 그러하길 바란다.’ (바람이 통하는 상태에 나를 놓아두라 중에서)
좋아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모두가 혼자, 우리는 늘 그런 의심 속에서 살아간다. 사랑은 왜 변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하곤 한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가지는 로맨스 스토리는 자신의 경험, 상황, 희망, 기대에 따라 몰입도가 달라진다. 분명 결혼하기 전에는 죽도록 사랑했을 텐데, 왜 여러 해가 지나면 사랑이라는 감정에 무감각해 지는 걸까. 문득 사랑이라는 감정의 실체가 궁금해진다. ‘누굴 좋아한다는 건, 기분 좋은 어느 맑은 날이 가슴에 한 가득 들어와 있는 상태다. 청소하려고 손에 낀 고무장갑이 청소를 마친 후에 쉽사리 벗겨지지 않는 상태가 사랑이라면, 그나마 잘 벗겨지는 쪽이 좋아하라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다.’ (좋아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모두가 혼자 중에서) 나는 어쩌면 상대의 자연스러운 변화만 쉽게 알아챘을 뿐, 나의 변화는 인정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한때 드라마를 보면서 그리워했던 설렘의 시간은 원래 길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내 마음의 온기는 36.5도의 체온처럼 자연스럽게 상대의 마음에 다가가고 있었다. 좋아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혼자인 것 같지만, 2개의 땅콩 조각이 하나이듯 혼자의 시간을 존중하면서 둘은 그렇게 하나가 되어 가는 것이다. 36.5도의 체온처럼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것이 사랑의 온도가 아닐까.
왜 혼자냐고요. 괜찮아서요. 어릴 적 나는 내가 외향적인 사람인 줄 알았다. 친구들과 밖에서 노는 게 좋았고, 덕분에 학습지를 풀다가 도망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학교를 마치고 주로 집에만 있는 언니와 달리 나는 내가 외향적이라고 철썩 같이 믿었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야 나는 나의 낯가림을 발견했다. 내가 하는 일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사람 앞에 나서야 하기에 외줄타기 하는 것처럼 한발 짝 나갔다가 다시 한발 짝 물러나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다가도 때로는 발을 놓치기도 하고 그렇게 균형을 잡아나간다. 직장인의 나이가 더해갈수록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무게가 버티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나도 누군가로 인해 상처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관계에서 오는 피로를 감당하기 위한 혼자만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함께인 시간을 잘 지내기 위해, 오롯이 혼자의 시간이 중요함을 알았다.
왜 혼자냐고요. 혼자도 괜찮아서요.
2019.11.29. 어른이 되어가는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