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여행의 기억
“생각해보면 내 많은 여행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떤 나라나 도시를 마음에 두었다 한동안 잊어버린다. 그러다 문득 어떤 계기로 다시 그곳이 떠오른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그곳에 가 있다. 그런 여행은 마치 예정된 운명의 실현처럼 느껴진다.”
“사서 축적하는 삶이 아니라 모든 게 왔다가 그대로 가도록 하는 삶, 시냇물이 그러하듯 잠시 머물다 다시 제 길을 찾아 흘러가는 삶, 음악이, 영화가, 소설이, 내게로 와서 잠시 머물다 다시 떠나가는 삶, 어차피 모든 것을 기억하고 간직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 36p
“난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이었어. 특히 여행 같은 거 떠날 때는 더더욱 그랬지. 예약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그런데 시칠리아 사람들을 보니까 이렇게 사는 것도 좋은 것 같아. 그냥, 그냥 사는 거지. 맛있는 것 먹고 하루종일 얘기하다가 또 맛있는 거 먹고,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그냥 닥치는 대로 살아가는 거야. 28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