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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Apr 24. 2020

[독서일기] 뮌헨, 박종호

진한 독일의 커피 향으로 예술을 마신다

여행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나의 시간에도, 나의 마음에도 잠시 멈춤이라는 쉼표를 찍을 수 있게한다. 나는 여행을 가면 많은 사람들이 인증샷을 찍고 오는 관광지로 일정을 채운다. 쉽지 않게 시간을 내었고, 비행기를 타고 멀리까지 왔는데 남들 가는 곳은 가봐야 할 것만 같은 심리랄까. 어쩌면 남에게 이야기하기 좋은, 보여주기 좋은 여행을 위해 필요한 코스였는지도 모른다.


박종호 작가의 <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 <잘츠부르크>는 음악, 미술, 건축을 아우르는 멋진 '예술 기행'을 담고 있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으면서 고흐의 일생을 따라가보는 여행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정여울 작가의 책 <헤세로 가는 길>은 헤세의 자취를 찾아서 떠난 여행서로 헤세가 태어난 도시부터 그의 발자국이 남아 있는 도시드을 '문화 기행'이라는 이름으로 좇아간다. 아이와 해외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는 아이에게 좀 더 의미있는 여행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바램을 늘 가져본다. 여행에 있어 나만의 주제를 가지는 것이 쉼표의 시간을 더 의미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나는 그들처럼 여행을 통해 책을 쓰는 작가도 아니고, 언제든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물리적인 자유로움도, 어디든지 여행을 할 수 있는 금전적인 풍요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언젠가 나만의 색깔로 채워질 여행의 풍성함을 위해 나는 여전히 책을 찾는다.


오스트리아가 예술의 국가라면, 독일은 산업의 국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충만한 예술적 감성과 이해를 가진 작가에게 독일의 뮌헨은 회색 빛 도시, 장미 빛 문화를 가진 곳이었다. 뮌헨은 순수미술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분화된 미술관들이 즐비하고 클래식 음악, 그리고 오페라로 유명한 도시라고 한다. 세계 최대의 맥주 축제가 열리는 도시이고, 최고의 오케스트라들이 각축을 벌이는 경연장이며, 한 구역 전체를 미술관과 박물관으로 채운 예술의 도시인 것이다. 산업 국가 독일 여행을 준비하면서 나 역시 당연히 자동차, 제조업의 장인정신, 축구(맥주와 소시지)를 떠올렸다. 가이드북에 소개된 수 많은 미술관을 보면서 무슨 미술관이 이렇게 많지? 하고 의아했다. 그래서 뮌헨이 박물관과 미술관의 도시, 음악과 오페라의 도시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

한 나라의 문화적 수준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과의 연관성이 높을 것이다. 뮌헨이 예술의 도시로 손꼽히는 것도 음악과 미술을 즐기는 뮌헨 사람들의 생활과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그들에게 예술은 특별한 사람들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생활인 까닭일 것이다.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의 수준이 그 지역의 문화 수준을 이끄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우리나라도 이제 쉽고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미술관들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예술적 감상과 이해를 가지는 것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아 보인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예술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각자의 감상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살아가는 시간들을 풍요롭게 해주지 않을까.


 "유럽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문화와 예술이 가장 발달한 보고(寶庫)다. 그런만큼 유럽 여행의 정수는 문화의 뿌리를 알고 예술을 누려 보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행위 자체로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기도 하며, 그런 여행은 여행에서 돌아와서의 생활을 보다 풍요롭고 가치 있게 바꾸어 줄 수 있다." 5p


나는 언제쯤 유럽 여행에서 문화의 뿌리를 알고 예술을 누려볼 수 있을까. 내가 유럽 여행을 앞두고 예술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감성을 담아낸 출판사 풍월당의 책을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00년이 넘은 프랑크푸르트의 바커스 커피 향을 기억하면서 책 <뮌헨>으로 풍요로워질 나의 독일 여행을 기다린다.


2019.04.12. 일상의 여행을 꿈꾸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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