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열두 발자국, 정재승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by 좋은날

# 호기심

아이들은 호기심이 참 많다. 말을 못할 때에는 행동으로 궁금함을 알아내고 싶어 이리 쿵~ 저리 쿵~ 하면서 동분서주하는 모습에 어른들은 쫓아다니며 안돼. 위험해. 조심해, 라는 말을 하기 바쁘다. 말을 하기 시작하면 그 동안 가방에 잔뜩 넣어둔 호기심 카드를 꺼내듯이 이건 뭐야. 왜? 그래서 왜? 라는 질문을 하고, 또 한다. 하지만 친절하게 대답해주는 어른은 많지 않다. 나 역시 아이의 계속되는 질문이 귀찮았던 기억이 난다. 책 <열두 발자국>은 과학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세상을 이야기해준다. 결정장애를 극복하는 방법, 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지, 우리 뇌도 ‘새로고침’ 할 수 있는 것인지, 사람들이 미신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쩌면 우리에겐 이미 익숙해져 새롭지도, 궁금하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한 질문을 꽤나 흥미롭게 이야기한다. 손금은 태아일 때 엄마의 뱃속에서 주먹을 어떻게 쥐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 그러고 보니 손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왜 사람들마다 손금은 다른 것인지 한번도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다. 언젠가 손금을 의도적으로 만들면 인생도 바뀔 수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럼 손금을 과학적으로 해석한다면 유형에 따른 통계를 읽어줄 것이고, 요즘 같은 인공지능 시대에 기계로 손금을 보는 것이 어쩌면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 Maybe

회사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마다 메뉴 선택을 고민한다. 밥을 먹을 것인가, 라면을 먹을 것인가.그리고 가끔 동료들과 점심을 외부 식당에서 먹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메뉴 선택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다. 가장 선호도가 높은 메뉴는 단연 ‘아무거나’ 이다. 점심 메뉴 선택과 같은, 다른 일에 영향을 주지 않는 사소한 의사결정에도 많은 사람들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한국 사회는 어릴 때부터 많은 것을 부모가 대신해주고 있다. 아이의 선택을, 아이의 행동을 잘 기다려주지 못한다. 주체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누군가가 대신 결정을 도와주기를 원한다. 나 역시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작은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을 생각해서라도 결정을 미루지 않고, 내 선택을 스스로 하는 습관이 필요한 것이었다.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들어주고 존중하는 것은 나의 선택을 미루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오늘 나는 얼마나 많은 “글쎄”와 “아마도”를 말했을까.


# 변화와 성장

‘이건 말이 안 된다, 너무 불편하다, 이렇게 할 필요 없다, 내가 한번 판을 바꿔보겠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시대와의 불화를 경험하지요. 정치적인 불화를 겪기도 하지만 그것이 비즈니스의 아이디어로 승화되기도 하고요. 사회적 혁신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328p


정재승 교수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의사결정을 하고, 빠르게 실행에 옮겨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조정하고, 실패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실리콘벨리 스타트업 기업들은 평균 4회의 실패를 경험하고, 그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도전한다는 사례를 설명한다. 서울대학교 이정동 교수 역시 책 <축적의 길>에서 모범사례를 벤치마킹 하는 것에 익숙한 한국 기업에게 도전과 실패를 통한 경험치가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했었다. 성장기에는 유럽과 일본의 선진기업을 모델로 삼아 3년에서 5년 정도의 따라가야 할 길이 보였다면, 지금처럼 급변하는 시기에 이제 그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책 <축적의 길>을 계기로 해서 조직의 중간관리자들을 모아 2개월 동안 2개의 소모임을 운영했었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 우리에게 새롭게 필요하거나, 바꾸어야 하거나, 제거해야 할 부분을 자유롭게 토론하는 자리였고, 토론한 내용을 정리해서 사장님과 토론하는 시간도 몇 차례 가졌다. 서로 다른 업무를 하는 사람들과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는 것, 회사의 대표와 그 의견을 자유롭게 토론하는 것, 소모임에서 제안된 의견들이 일부 수렴되어 회사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것, 그래서 나에게 이번 소모임은 특별한 경험이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정재승 교수는 평생을 거쳐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독서, 여행, 사람들과의 지적 대화’를 꼽았다. 끊임없이 세상으로부터 자극을 받는 의미 있는 세상과의 충돌이 우리의 인생에 필요함을 강조한다. <열두 발자국>은 당연했던 나의 일상에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면 더 재미있을 거라는 것을 알려준다. 호기심으로 세상과의 충돌을 시도해보자.


2019.09.06.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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