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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Jul 07. 2020

[독서일기]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우리는 책을 왜 읽는 걸까?

책을 좋아하는 모든 이에게 묻는 책 이야기, “우리는 왜 책을 읽는 걸까?”


고서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평범한 고등학생 나쓰키 린타로,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자신에게 아지트와 같은 고서점을 정리해야 한다. 그런 린타로 앞에 나타난 얼룩 고양이 한 마리, 도도하기 그지 없는 얼룩 고양이는 린타로에게 책을 구하기 위해 도와달라고 말을 한다. 린타로는 뽕하고 나타났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는 얼룩 고양이와 함께 책을 구하는 모험을 떠난다. 무조건 많이 읽고 책을 전시만 하는 사람, 필요한 줄거리만 싹둑 싹둑 잘라서 읽기 위해 속독하는 사람, 돈이 되는 책만 만들어서 이익을 올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책(독서)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동시에 나에게 묻는다. ‘당신은 왜 책을 읽느냐고’


한 달에 1권의 책을 겨우 읽던 시절이 있었다. 사회 초년생이었고, 자기계발 서적을 주로 읽었다. 그러다 10년 전부터는 한 달에 2권 정도의 책을 읽기 시작했고, 연세대학교 김상근 교수의 ‘르네상스 창조경영’, 박경철 원장의 ‘문명의 배꼽, 그리스’ 강의를 들으면서 인문학으로 관심 분야가 확장되기 시작했다. 나의 책 읽기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강요가 크게 작용했었다. 다독(多讀), 많은 양의 책,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2017년 겨울이 지나고 2018년 봄, 어떤 결심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업무가 가장 바쁜 시즌에 꾸준하게 일주일에 2권의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책을 통해 새로운 것에 대한 이해를 가지는 것도,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생각을 만나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는 가장 중요한 것을 알아챘다. 스트레스의 크기가 커질수록 책 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 혼자가 되는 시간 안에서 즐기는 일상의 망각이 좋았던 것이다.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란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채워도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하고 네 발로 걷지 않으면 모든 건 공허한 가짜에 불과해.” 65p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그걸 가르쳐주는 게 책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 힘이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힘을 주는 거예요.” 262p


“때로는 한 줄 한 줄을 음미하면서 똑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읽거나 머리를 껴안으면서 천천히 나아가기도 하지.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야가 탁 펼쳐지는 거란다. 기나긴 등산길을 다 올라가면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야.” 124p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붓 터치가 느껴지는 풍경을 만난 어느 가을날, 동네 책방에서 책 축제가 열렸다. 북(Book) 텐트에서 책을 읽고, 넓어진 책방을 느긋하게 둘러본다. 함께 책방을 둘러보던 남편이 신중하게 책을 고른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남편이 재미있게 읽었다며 나에게 일독을 권했다. 그렇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을 만났다. 단순하고 가벼운 스토리 전개로 흥미진진함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독서의 의미에 대해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몇 년 전, 책 <슬로리딩 생각을 키우는 힘>을 읽고 많이 읽는 것보다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슬로리딩은 한 책을 가지고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아가면서 확인하고, 책의 내용에 대해 토론하며, 글쓰기를 하고, 직접 체험해 보는 활동으로 연결하는 전 방위 책 읽기를 말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슬로리딩 책 읽기처럼, 나의 책 읽기는 독서일기Club에 참여하면서 변화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다. 베스트셀러, 신간 위주의 책 쇼핑이 아닌 다양한 책을 골라서 읽을 수 있고,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내용들을 정리하는 글쓰기를 하게 되었다. 다채로운 빛깔의 책 읽기 경험이 쌓이면 사고의 확장과 더불어 나의 삶도 풍성해지는 경험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손만 뻗으면 되는 그 곳에 늘 책이 있어서 고맙다. 나는 오늘도 책을 펼친다. 


2019.11.15.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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