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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Jul 12. 2020

[독서일기] 걷는 사람, 하정우

걷고 싶다. 걸어보자.

배우 하정우, 그에게는 예술가의 느낌이 진하게 묻어 있었다. 배우, 감독, 화가라는 명함을 가진 그는 외국에서도 여러 차례 개인 미술전을 열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것은 고도의 예술적인 감각이 필요한 작업이라 생각했다. 걷는 사람 하정우, 그에게서는 바른 생활 사나이의 느낌이 진하게 묻어 있었다. 바쁜 루틴을 즐기는 모습에서 평범한 나의 일상을 대비해본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와 걷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저는 그럴 시간 없는데요’라는 핑계를 대기 쉬운 분야라는 점이다.”


문득 언젠가 몸은 힘들게, 마음은 아주 고요하게 제주도의 올레길이나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묵언 수행하듯이 입 꾹 다물고 힘들게 걸어보고 싶다는 바램을 가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동네 공원도 1년에 몇 번 안 걷는 나에게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나는 힘든 극한의 통점을 지나면 내 안의 나를, 나를 넘어선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극한을 경험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홀가분해질 거라는 믿음이 나에겐 있다. 복잡한 요즘을 살아가는 나에게 육체적인 고통은 정신적인 피로를 잊게 해주는 좋은 약이 되어 줄 것 같다.


나는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면 참 많이 걷는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가는 패키지 여행이 아닌 직접 하는 자유여행이어서 주로 지하철, 버스, 트램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사실 길을 몰라서 헤매는 경우도 허다해서 의도하지 않게 많이 걷게 된다. 대학 때 지도 한 장 들고 중국의 여러 도시를 여행한 기억이 직접 두 발로 하는 여행을 계속 하게 한다. 그리고 여행이라는 시간은 아직도 떠날 곳이 많은 나에게 어떤 여행이 필요한 지를 고민하게 한다. 아직은 하정우처럼 걷는 여행을 시도 하지는 못하지만, 그의 여행 방법은 마음에 쏙 든다. 두 발로 천천히 걸으면서, 파란 하늘의 빛깔을 나의 마음에 물들이고, 코 끝을 스치는 바람에 묻어오는 꽃 내음을 느끼면서 말이다.


“하고 싶은 일을 오래 하기 위해 걷는다.”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유지한다.”
“나는 나의 기분에 지지 않는다. 나의 기분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믿음, 나의 기분으로 인해 누군가를 힘들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 걷기는 내가 나 자신과 타인에게 하는 약속이다.”


이 책을 읽은 혹자는 당장 나가서 걷고 싶다고 했지만, 운동을 즐기지 않는 나는 그의 말처럼 늘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라는 이름의 이불을 덮고 살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책 읽기에서는 그의 걷기와 같은 열심을 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때는 마침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지금, 걷기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 줄 거라는 확신은 있지만, 나가서 걸을까라는 질문에는 아직 용기를 내지 않겠다. 


힘이 들 때면 어김없이 걸었고, 왠만하면 걸어 다니는 사람 하정우, 걷기가 그에게 자신만의 호흡과 보폭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듯이, 나에게는 책 읽기가 그렇다. 덕분에 이 책도 만날 수 있었다. 바른 생각과 건강한 삶을 사는 그의 일상은 나에게도 가슴 뛰는 설레임을 전해주었다. 나와 만나는 사람들에게 건강한 에너지를 전해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나의 인생관과 잘 부합하는 그의 삶을 들여다 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수 많은 감정의 변화가 교차하는 요즘, 나도, 너도, 우리 모두가 스스로 잘 알아차릴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보폭이 다르고, 걸음이 다르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험한 길은 반드시 지나간다는 사실을. 험한 길을 지나면 언젠가 쨍 하고 해뜰날이 온다는 진실을. 


2019.12.27.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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