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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Jun 30. 2020

[독서일기] 매너의 문화사, 아리투루넨&마르쿠스파르타넨

매너라는 형식 뒤에 숨겨진 짧고 유쾌한 역사라는 부제에서 ‘매너는 형식이다’라고 정리를 해 본다. “훌륭한 매너는 애초에 귀족 계급이 자신들을 일반 민중과 구별하기 위한 도구로 개발한 것이다.” 예절에 관한 형식, 허례허식은 우리나라에서도 지체 높은 양반들만이 누리던 것이었고, 서양에서도 귀족 계급들이 자발적으로 누리던 불편이었다. 돈으로 계급을 살 수는 있었으나, 양반들이 가지고 있는 매너를 흉내 내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거추장스러운 옷차림, 느긋한 걸음걸이, 번지르르한 학식 있는 말솜씨, 한 마디로 있어 보여야 한다. 


책의 표지를 보고 서양 코스요리에 필요한 여러 종류의 스푼, 포크, 나이프 세트가 떠올랐다. 책 <매너의 문화사>는 귀족 자녀들이 갖추어야 할 매너를 교육하기 위해 사용한 예법서의 기록을 설명한다. 그 동안 예의 바르다고 평가 받을만한 풍습 이면에는 한번쯤 의심해 볼만한 반전이 숨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인사의 목적은 상대방에게 내가 아무런 무기를 가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수단이었고, 레이디 퍼스트 문화는 중세 시대에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기사가 여자들을 먼저 통과하게 함으로써 문 뒤에 숨어있을 암살자를 유인하려는 것이었고, 결혼식 때 아버지의 손을 잡고 들어가 남편의 손을 이어 잡는 것은 소유물을 넘겨주고, 받는 절차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꽤나 매너 있는 행동들이 가진 숨은 이야기가 흥미롭다.


나의 아침 출근 준비는 꽤나 간단하다. 화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화장을 할 줄 모르기도 하고, 화장으로 변신한 나의 모습도 어색하거니와, 약간의 아토피를 경험했기에 화장은 자연스럽게 나의 관심사에서 떨어져 있었다. 화장을 하지 않은 나의 얼굴은 나에게도,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익숙해졌고, 덕분에 나는 얼굴 보다 마음이 예뻐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사람들이 화장을 하지 않고 외출하는 건 예의가 없는 행동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인지 출근길에 흔들리는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화장을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으며, 신호대기를 하는 차 안에서 위험하게 화장을 하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화장을 하지 않고 외출하는 것과 공공장소에서 화장을 하는 것, 과연 어떤 행동이 더 매너 없는 것 일까. 어쨌든 나는 오늘도 매너 없이 화장을 하지 않고 출근을 했다. 


“사회는 변했다. 행동 방식도 변했다. 그러니 인간도 변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이 뒤따른다. 대답은 ‘그렇다’일 수도, ‘아니다’일 수도 있다. 사회의 발전은 새로운 행동 기준을 탄생시키고, 달라진 생활환경은 새로운 사회적 능력을 요구한다. 오늘날 서양 세계의 ‘기본 에티켓’은 이미 확립되었기 때문에 체감하기 어려울 만큼 아주 느리게 변화가 진행된다. 대신, 사람들은 점점 더 다양해지는 관습을 조금 덜 피상적인 수준에서 다루는 일에 통달해야 한다.” 253p


매너는 그 시대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식과도 연결되어 있다. 내가 생각하는 범주를 벗어난 행동을 하면 몰상식하고 매너가 없다고 비판한다. 매너는 형식에 불과한 것 같지만, 시대에 따라 매너에 대한 이해와 모습은 변화하고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그것이 매너로 표현되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 최고의 예절은 언제나 진심으로 우러나와야 하는 법이다.” 


2019.11.22.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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