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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Aug 13. 2020

[사소한일상] 남편은 내 짝궁

그리워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마음이 따뜻한 참 좋은 사람 K, 나는 그와 같은 회사에서 만나 연예인처럼 비밀연애를 시작으로 공개연애를 하고, 부부가 되었다. 결혼 12년차, 여전히 우리는 단짝 친구처럼 많은 시간을 공유한다.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고, 각자의 부족한 부분, 스스로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며, 그렇게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단짝 친구로 살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같은 직장을 다니며 출, 퇴근을 함께 하고, 취미생활도 같이 하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한다. 서로에게 시시콜콜한 설명이 필요 없으며, 옆에 있어주는 존재감만으로 충분히 든든한 그림자가 되어주는 그런 사이. 그런 짝궁 K는 한 달전 백팩 가득 마스크를 채우고 미국 출장을 갔다. 평소 떨어져 지낸 적이 없는 우리 가족에게는 쉽지 않은 시간임을 우리는 서로 말하지 않지만 남편도, 나도, 딸 아이도 각자의 감정대로 서로의 빈 자리를 느끼고 있다.


유난히 길었던 여름 장마, 그리고 다시 뜨거워지는 요즘, 나는 오늘 아침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아침 5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고, 아파트 꼭대기 층 창 밖으로 보이는 높은 하늘이 얼마나 예지 나도 모르게 창가에 서서 한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출근길에 운전을 하면서도 나의 마음은 하늘에 가 있었고, 하늘에 드리워진 몽실몽실한 구름을 타면 K에게 갈 수 있을까라는 동화 같은 상상을 하니 괜시리 눈가가 촉촉해졌다.


남편 K가 출장을 떠난 날 저녁, 딸 아이는 아빠가 언제 오냐고 물어왔고, 4일차 주말 저녁, TV를 보던 딸 아이가 아빠에게 말을 건넨다. 내가 멀뚱멀뚱 쳐다보니 이내 아빠의 부재를 알아차리고 머쓱해한다. 7일차, K와의 첫 통화, 5분의 페이스톡으로 서로 간단한 안부를 묻는다. 대구의 잿빛 하늘은 비를 뿌리고 있었지만, 미국의 파란 하늘은 예뻤다. 그렇게 가족은 서로의 부재를 적응해가면서, 서로의 소중함을 새삼 간절하게 느끼고 있다.


어느새 한 달, 한창 크는 시기의 아이는 몸도 마음도 눈에 띄게 자랐다. 우리는 아빠 없이 맛있는 것도 먹고, TV를 보면서 깔깔 웃으며, 집의 묵은 짐들도 함께 정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K는 일주일에 한번씩 연락을 해 온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조금 나았을까. 나는 그가 바쁠까봐, 혹시나 쉬는데 방해가 될까봐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처럼 잘 먹고, 잘 쉬면서 일을 잘 마무리하고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바래본다. 유난히 K가 보고 싶은 오늘 같은 날, 힘내라고 꼭 안아주고 싶은 오늘 같은 날, 이렇게 글이라도 쓰면 나의 마음이 K의 마음에 가 닿을 것만 같다.


그래도 각자의 일상이 있어서 다행이다. 몰입할 일이 있어 다행이다. 서로를 그리워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2020.08.13.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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