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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Jul 29. 2020

[독서일기]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죽음도 슬프지 않아

서른을 앞 둔 애니의 죽음, 그녀가 기억하지 못했던 인연, 죽음 이후에 마주하게 된 진실,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는 상황, 지난 시간들 속에서 찾아가는 자신, 그제서야 느껴보는 감사와 용서의 마음, 다 괜찮아요라고 천국이 말했다.



몇년 전 드라마 <내생애 봄날>을 보면서 장기기증으로 한 사람의 죽음, 그 이후가 큰 의미가 있을 수 있음을 크게 공감했었다. 덕분에 나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사후 장기기증 신청을 하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가족들의 기억을 상기시키기 위해 나는 사후 장기기증을 신청했으니 나중에 내가 죽으면 꼭 장기기증에 동의해달라고 이야기한다. 죽음과 마주했을 때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희망의 나눔을 할 수 있다면, 나의 생은 끝나겠지만 누군가에게 새로운 시작을 선물하고 떠날 수 있다면 참 다행이지 않을까. 죽음이라는 것이 조금 더 담담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살면서 아차~ 하는 순간 순간을 지난다.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후회도 종종 한다. 주인공 애니는 자신이 늘 실수투성이였다고 했지만, 그것은 어쩌면 인생의 한 여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모든 일에는 다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애니에게는 다섯 사람의 고마운 인연을 만나고 나서 기적적으로 다시 새로운 시작의 기회가 주어지기는 했지만, 죽음으로 가는 길에 내 인생에 선한 영향력을 준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적이 나에게도 선물처럼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 본다.


나 역시 언젠가 마주하게 될 순간, 죽음. 이제는 내가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아지고 있음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된다. 남은 인생이 더 짧고, 나에게도 죽음이 그리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니 좀 슬프기도 하지만 그건 내가 바꿀 수 없는 순리니까. 소설은 죽음을 소재로 쓰여졌지만, 결국은 지금 우리의 인생이 소중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소설의 주인공 애니처럼 죽음으로 가는 길에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나의 마음을 용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죽음 또한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들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고마움의 인사를 마음으로 전하고, 내 마음안의 모든 미움과 쿨하게 인사하고 떠날 수 있는 그런 마지막이 있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래, 다 괜찮다고 누군가 꼭 안아주면 참 좋을 것 같다. 


2020.07.27.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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