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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Aug 11. 2020

[독서일기]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밥

(서평) 커다란 고릴라 '아이반'의 친구 작은 개 '밥'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떠올리게 하는 책 표지, 커다란 고릴라와 코끼리가 이렇게 귀여울 수 있다니. 표지에서 주는 첫 인상만큼이나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스토리에 책의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나의 입꼬리도 함께 오르락내리락 춤을 춘다.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다가 겪게 되는 건, 세상 천지에 아무도 없이 혼자 남는 거야."


작가는 27년을 서커스 쇼핑몰 우리에 갇혀지냈던 고릴라 아이반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 <세상에 단 하뿐인 아이반>에서 모티브를 얻어 아이반에게 밥 같은 친구가 있었지 않을까 상상했다고 한다. 아이반의 우리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작은 체구를 가진, 조금은 거칠고, 떠돌이 생활로 잔꾀가 많은 밥은 그렇게 탄생했다. 작은 개 밥은 인간에게 버려지고 길을 떠돌다가 우연히 마주친 아이반의 우리에 몰래 들어가 잠든 고릴라 아이반의 바나나를 용감하게 훔쳐먹고, 아이반의 배 위에 누워 낮잠까지 잔다. 영화 라이온 킹에서 심바, 품바, 티몬이 친구가 된 것처럼 몸집의 크기가 너무 다른 그 둘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가 되어간다.


"인간은 별다를 게 없는 것에서도 끊임없이 차이를 찾아내. 피부색이 어쩌고저쩌고하면서 별별 것을 다 따지지. 개들은 그런 건 신경도 안 쓰는데 말이야. 너희 생각에 달마시안은 점박이라고 내가 걔네랑 안 놀 것 같니?"


나는 어려서부터 동물을 무서워했다. 동네 골목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개들은 하나같이 사납게 짖어댔었다. 목줄을 하고 묶여 있는 개들이 큰 소리로 짖는 것도 위협적이었고, 가끔 떠돌이 개들이 따라오기라도 하면 정말 눈물을 쏙 빼면서 줄행랑치기 바빴다. 당연히 동물과의 교감을 전혀 경험할 기회가 없었고, 나에게 동물은 무서운 존재로 인식되어 있었다. 책을 펼치니 개들이 하는 동작이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한 '개사전'이 나오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그동안 관심가지지 않았던 개의 언어를 조금 이해해보는 기분이 들어 아주 조금 흥미로웠다. 자연스럽게 내가 밥이 되어 밥의 시선으로 책의 이야기를 따라가본다. 밥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은 나의 민낯을 들킨것처럼 뜨끔하기도 했고, 서로 다른 동물이 친구가 되어 가는 모습은 신선했다.


"나도 살면서 못된 짓을 참 많이 하지만, 꽤 여러 번 나 자신을 용서해야 했어. 하루하루 살아내자면 어쩔 수 없었거든. 내가 나를 용서하려면 남의 사정도 좀 봐줘야 하지 않을까?"


인간에게 버려지고, 떠돌이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밥, 인간에게 받은 상처가 컸을테고, 버텨온 시간들은 꽤나 힘들었으리라. 내가 밥이 되어 그의 시선으로 함께 읽어간 밥의 이야기에 나는 함께 기쁘고 슬픈 감정을 느껴가면서 어느새 작은 떠돌이 개 밥을 응원하고 있었다. 밥! 넌 충분히 잘 하고 있어. 밥 처럼 따뜻한 친구를 가진 아이반의 이야기가 더해지면 밥의 이야기가 더 풍성해질 것 같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밥의 이야기를 어떻게 느낄까 궁금하다. 궁금해.


2020.08.11.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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