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날 Aug 22. 2020

[독서일기] 적당히 가까운 사이, 댄싱스네일

악성 댓글에 상처받는 나는 연예인

# 직장생활 18년차, 나는 아직도 상처받는다

사람, 대체 무엇이기에 이토록 어려운 걸까.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기만 할 뿐 좀처럼 쉬워지지가 않는다.

직장생활 18년차, 나는 여전히 첫 직장에서 계속 근무를 하고 있다. 직장은 내 인생에 있어 많은 경험의 기회를 가져다 주었고, 세상에는 별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다. 나이가 들어가고, 경력이 많아지면 마음의 근육이 덩달아 튼튼해지는 줄 알았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작은 생채기 쯤이야 짬밥의 경력이 더해지면 당연히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다. 직장은 일이 힘든 곳이 아니라 관계가 힘든 곳이라는 것을 나는 안타깝게도 알아차려 버렸다.  


# 악성 댓글에 상처받는 나는 연예인

세상에는 착한 사람과 나쁜 놈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나 역시 속해 있는 관계 속에서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어플 '블라인드', 대다수의 직장인들에게는 가면을 쓴 채 회사에 대한 불만과 쓴소리를 토해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악성댓글에 시달리는 연예인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우울증, 공황장애와 같은 심각한 심리적인 상처를 가져다주는 블라인드 앱은 말만 들어도 숨통을 죄어온다. 사람을 가까이해야 하는 인사담당자인 나에게는 사람들과의 거리감이 절실히 필요해졌다. 인터넷 창에 블라인드 앱 고소, 고발을 검색하기도 한다. 내가 아는 어떤 인사담당자는 우을증으로 휴직을 하고,결국 회사로 돌아가지 않았고, 또 다른 인사담당자는 고소를 하기 위해 명예훼손이 되는 글을 캡쳐해서 보관한다고 했다. 인사담당자도 결국은 당신들과 같은 구성원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인사담당자의 업무 중에 직원들의 욕을 그대로 들어야하는 업무는 없다. 인터넷에 댓글 기능이 사라지는 것처럼, 블라인드 앱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  적당히 거리두기

내 불편함에 타인의 허락은 필요하지 않다.
이 오지랖 넓은 세상 속에서 적어도 자기 감정에게만은 있는 그대로 존재할 자유를 줄 수 있기를.

몇년 전, 직장인에게 스트레스는 당연한 줄 알았던 그 때, 지독한 공황장애를 경험했다. 공황장애인줄도 모르고 동네병원부터 대학병원까지 여러가지 검사를 하고 나서야 알았다. 연예인에게만 생기는 줄 알았던 공황장애가 나에게도 나타났음을. 그리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렇게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돌아오는 화살은 날카로웠고, 나의 고민의 시간과 노력은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더 버텨낼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았음을 나는 바보처럼 내 몸에 찾아온 신호를 감지하고서야 알아챌 수 있었다.

나에게 조직 구성원들의 수많은 눈은 피하고 싶은 시선이 되었고, 그들의 날선 목소리에 나의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불만, 당연히 이야기할 수 있다. 불합리, 당연히 이야기해야 한다. 다만 그 방법이 나이스하지 못했다.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고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그들에게 분노가 치밀었고, 당장이라도 고소를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나에게 화가 났다. 무엇보다 나의 감정이 고작 이런 일로 소비되는 것이 싫었다. 나의 마음을 돌보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굳이 그들에게 변명할 필요가 없음을, 그들은 나의 진심을 절대 알 수가 없음을 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애써 담담해지기로 했다. 내 마음의 벽이 높아질지언정. 

   

# 내 마음과 적당히 거리두기

인사담당자로 일을 하면서 내 마음보다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잘 살펴야 하는 줄 알았다. 매도 맞다보면 맷집이 생기는 것처럼 내 마음의 근육도 시간이 지나면 단단해지는 줄 알았다. 나만 잘하면 다 잘 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살아야했다. 때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답이 아니었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여전히 예의없이 날카로운 화살을 마구 쏘아대는 사람들이 힘들다. 그들의 화살에 맞은 나는 피를 흘리고, 어떻게 지혈을 해야할 지 몰라 당황스럽다. 오늘도 나는 결심한다. 타인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나의 신념을 기억하고, 묵묵히 내 역할을 하자. 오늘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도록 일하자. 나의 마음과 적당히 거리를 두자. 적당히 떨어져서 받아들이자. 그러려니 하고 잊어버리자. 너무 애쓰지 말자.



2020.08.22. 어른이 되어가는 S


매거진의 이전글 [독서일기] 보통의 언어들, 김이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