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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Aug 27. 2020

[독서일기] 보통의 언어들, 김이나

나의 모습이 되어 버린 보통의 언어

인간의 언어는 파동이 아닌 글자로 존재하기에, 같은 말을 하더라도 다른 감정이 전달되기도 하고 곡해되기도 한다. ... 내가 어떤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지, 어떤 표현을 어떤 상황에 반복적으로 사용하는지는 내 삶의 질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


나는 평소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한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고, 고운 말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다보면 나의 삶도 바른 길로 향하는 것 같다. 쨌든 나는 순전히 내 마음의 평온함을 위해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책 <보통의 언어들>에서는 작가의 언어에 대한 정확한 관찰과 깊은 사색을 들여다 볼 수 있어 놀라웠다. 책을 읽고 독서일기를 쓰면서, 늘 쓰는 것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어서, 김이나 작가의 언어에 대한 통찰력이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역시 그냥 유명한 작사가가 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말을 닮은 사물을 꼽자면 버터나이프다. 무언가를 깊게 찌를 수는 없지만 상처를 낼 수 있으며, 잡는 이의 의도에 따라 '칼'의 쓰임새도 될 수는 있는 버터나이프. 이는 '의아하다'는 순수 의미를 담을 때와는 엄연히 다르다. 인상을 찌푸린 얼굴로 또는 격앙된 목소리로 뱉는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은, 잦은 빈도로 누군가를 향한 비난을 내포한다.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은 내가 하루 업무 중에도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읽고 나니 뜨끔했다. 바른 언어를 사용한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언어들 안에도 상대방을 비난하는 언어가 많이 있었음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너무나 맞는 설명이어서 놀랐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들 안에 또 다른 버터나이프 같은 언어들이 있었을거라고 생각하니 부끄러워진다. 엄마로서, 직장 선배로서 나의 언어 사용이 다른 이들에게 상처주지 않는 것이라면, 나에게 돌아올 언어도 둥글둥글한 모양이지 않을까.

언어를 통해 세상을 보고, 언어를 통해 누군가를 이해하고 나의 마음을 전달하지만 정작 언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에는 소홀하니, 마음이 통하는 대화라는 것은 그토록 귀하다.


책을 읽고, 독서일기를 쓰기 시작한지 2년 반이 되었다. 읽고 쓰는 것에 대한 연습이 충분히 되었지만, 어떻게 하면 더 사고하고, 더 잘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책 <보통의 언어들>을 통해 유명한 작사가가 어떻게 단어를 선택하는지, 하나의 단어를 사용하는데도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 지 알게 되었다. 나의 글쓰기도 언어 표현에 있어 조금 더 고민하고 잘 사용할 수 있다면, 나의 글쓰기도 한뼘 자라는 경험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언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연습이 되면, 글도 좋아지겠지.  


쉽게 사용하는 언어, 나는 하루에도 수 많은 말과 글(메일, 카톡, SNS 등)이 출렁이는 망망대해를 헤엄쳐다닌다. 말과 글 속에서 유영하면서 내가 집어내는 언어들을 조금 더 곱씹어 생각하는 연습이 나에게도 필요했음을 알았다. 내가 오해하고 있었던 나의 언어 사용 습관, 우선 '이해가 안 간다'는 말 부터 조심해서 사용하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보통의 언어들이 나의 모습임을 기억하면서.  

2020.08.27.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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