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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Apr 27. 2020

[독서일기] 공정하지 않다, 박원익/조윤호

90년대생, 그들이 알고 싶다

"20대의 사회 인식은 FAIR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된다. 공정 Fairness, 성취 Achievement, 개인주의 Individualism, 분노 Rage다. - 매일경제 기사 중에서" 24p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일을 하는 나는 세대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체감하고 있다. 특히, 매년 입사하는 공채 신입사원들과의 심리적인 거리에서 크게 차이를 느낀다. 내가 주니어 계층이었을 때는 당연히 나와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은 회사의 젊은 세대를 마음으로 챙길 수 있었다. 그런 나도 10년 전부터는 ‘이상하다. 뭔가 거리감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최근 3~4년 전부터는 ‘이해가 안 되는데’라는 반응이 많아졌다. 책 <공정하지 않다>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생각하는 공정함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90년대생의 특징을 설명한다. 요즘 젊은 세대는 공정하게 얻은 결과에 성취감을 느끼고, 그 과정에서 오롯이 자신만을 믿으며(높은 자존감), 노력 없이 무임 승차하는 사람들에 대해 큰 분노를 느낀다고 한다. 정유라, 쌍둥이 자매의 사례에서도 봤듯이 입시 비리가 등장하면 수능점수로 줄 세우는 것이 공정하다고 반응하며, 모두가 같은 시험을 치르고 그 결과로 입사하는 공무원 시험을 공정하다고 평가한다. 나는 젊은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는 것은 안정성의 추구라고만 생각했지 공정함이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말이다. 몇 년 전부터 기업 입사전형에 불합격하면 자신이 불합격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세대가 이제서야 퍼즐 맞추듯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우리 사회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조직 간에 수 많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주 40시간만 근무해야 한다는 젊은 세대와 주 52시간을 근무해야 한다는 기성세대간의 갈등, 주 40시간을 일하는 직원과 주 52시간을 일할 수 밖에 없는 직원간의 갈등에서도 젊은 세대들이 요구하는 공정함의 중요성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들은 일한 만큼의 공정한 보상을 원한다. 기성세대가 한창 일을 하던 시기는 조직이 성장하던 시기라 기대 보상(승진, 임금 인상률, 성과급)이 보장되어 나에게 일을 더 주어지면 대다수는 내가 인정받는 다고 생각하고 업무에 임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한창 일을 하는 요즘은 직급은 단순화되고 승진의 기회도 적어졌다. 남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보상으로 연결된다는 보장도 없다. 선배들이 걸어온 길을 보니 열심히 일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그러니 그들에게 같은 급여를 받고 근무시간이 차이가 난다는 것은 매우 불공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더 많은 시간을 일했으니 당연히 더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하고, 더 빨리 승진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이 얘기하는 공정성이다. 다른 사람의 노력과 나의 노력에는 공정한 평가가 수반되어야 납득할 수 있다. 이런 세대들에게 기업의 평가제도, 승진제도, 보상제도는 얼마나 수용성을 가질 수 있을까.


최근 많은 기업들이 고 직급자의 증가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급 통합을 실시한다. 내가 속한 조직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고 직급자의 증가를 큰 문제로 삼고 있다. 정년은 늘어나고, 고 직급자를 대상으로 한 인위적인 퇴출도, 자연적인 이탈도 없는 상황에서 회사가 어려워 불가피하게 신입사원 채용을 제한하다 보니 표면적으로는 고 직급자가 많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버렸다. 이와 같은 현상은 단순한 인력 불균형보다는 실무는 뒷전으로 하고, 관리만 하려고 하는 직원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는 이슈가 잠재되어 있다. 부장이 되었으니 관리자의 역할이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기성세대와 다 같은 팀원인데 선배사원이면 더 많이 받는 만큼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해야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인식 차이가 조직 내 또 다른 갈등으로 나타난다. 젊은 세대들에게 역할을 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는 Free Rider(무임승차자)가 되어 버렸다. 


"달라진 세대 뒤에는 달라진 세상이 있다. 이 변화를 어느 세대든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과거에 내가 믿었던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만 갖고 있으면 된다." 158p    


그 동안 세대가 달라졌다고,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지, 어떤 인식의 차이가 있는지,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어려웠다. 생각하는 것도, 표현하는 것도 자기 중심적이라고 판단해버렸던 젊은 세대, 내가 그들과 살아온 시대가 다르고 당면한 환경의 차이로 서로가 생각하는 ‘공정’의 이해가 다를 수 있음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공정함’에 대한 이해를 보태니 그 동안 나의 마음에서 멀찍이 밀쳐두었던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에 일면 수긍하는 나를 발견해본다. 공정함에 대해서 기성세대도, 젊은 세대도 좀 더 공정하게 대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2019.10.11. 즐거운 일터를 만들고 싶은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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