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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Apr 28. 2020

[독서일기] 말의 품격, 이기주

 품위있는 그녀가 되기 위한 노력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은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책 <말의 품격>, 표지에서도 왠지 품격이 느껴지는 것 같다. 나도 품격 있게 한번 읽어보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펼친다. 우리는 살면서 수 없이 많은 말을 한다. 하루 동안 내가 한 말을 무게로 재어 본다면 아마 다이어트를 아주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사무실에서 말을 많이 한 날은 육체적인 노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몸과 마음이 굉장히 피곤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사자성어는 우리가 쉴 새 없이 하는 말에도 해당한다.


말이 갖는 파급력의 크기에 반해 우리는 말을 참 쉽게 한다. 한번 뱉으면 다시 주워담을 수 없고, 별 뜻 없이 뱉은 말 한마디로 곤란한 상황을 겪어본 경험이 있음에도, 이런 경험은 왜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걸까. 더욱이 소리로 전해지는 말에는 감정이 더해지기 때문에 말로 오해를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말을 할 때 우리에게 언어 신호체계가 있어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그리고 천천히 둘러서 해야 할 말을 잘 가려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한번 검열하는 체계가 운영될 수 있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는 언어 습관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은 늘 맑음일 것 같다. 


책에는 버스 정류장에서 어느 꼬마와 아빠의 존중과 진심의 의미에 대해 묻고 대답하는 대화가 나온다.

“존중은 상대방을 향해 귀를 열어놓는 거야. 그리고 진심은 말이지. 핑계를 대지 않는 거란다. 핑계를…”

오! 상당히 적절한 해석이면서 굉장히 공감 가는 말이다. 나는 일상 속에서 얼마나 진심으로 상대방을 대하고 있는가 반추해본다. 우리의 언어 중 상당수가 핑계로 이루어져 있는 건 어쩌면 지는 것, 실수를 인정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인간관계에 있어 경청이 중요해지고, <말의 품격>, <언어의 온도>와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로 주목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몇 년 간 경영환경은 계속 어렵고, 노동환경은 급변하고,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나는 어느 한 쪽의 편에도 설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을 자주 맞닥뜨리게 된다. 사회가 변화하고, 조직이 변화하고, 그렇게 구성원들의 세대도 변화했다. 그들은 쉽게, 직설적으로, 당당하게 불만을 표현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는 것처럼 스마트 폰 앱에서 익명으로 특정 대상을 몰아세우기도 한다. 자신들이 회사를 욕하는 이유는 모두 너 때문이야라는 핑계를 인사담당자에게서 찾은 것이다. 나는 가끔 블라인드앱에 접속해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남긴 불만의 글을 읽는다. 인사담당자로 언제나 직원들의 불평, 불만을 들어왔지만, 이제는 거침없는 인신공격적인 발언까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니 나 역시 정신 줄 바로 잡기가 힘이 든다.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고 아무렇지도 않게 언어 폭력을 일삼는 그들에게 품격 있게 책 <말의 품격>을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2018년 10월이면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된다고 한다. GS칼텍스 콜센터는 통화 연결음을 ‘사랑하는 우리 아내가 상담 드릴 예정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우리 엄마가 상담 드릴 예정입니다’, ‘착하고 성실한 우리 딸이 상담 드릴 예정입니다’ 라고 직원들의 가족 목소리로 대체했다고 한다.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우리는 언어로 많은 의사소통을 한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의사소통, 많은 것도 바라지 않는다. 도덕 시간에 배웠던, 아니 내가 상대방으로부터 대접받고 싶은 만큼의 기본 선만 서로 지켜준다면 참 좋겠다.  


“사람의 마음에는 저마다 강이 흐른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말이 우리의 귀로 들어오는 순간 말은 마음의 강물에 실려 감정의 밑바닥까지 떠내려온다.” 203p


내 나이 마흔, 살면서 나도 참 많은 말을 했겠지. 때로는 예쁜 말, 감사의 말, 응원의 말, 이해의 말들을 했을 테고, 또 때로는 나쁜 말, 상처의 말, 아픔의 말들을 했을 테지. 말과 글로 상처를 받을 때는 정신 줄을 똑바로 잡기 위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달래본다. 이해인 수녀님이 쓴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책 제목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에 향기로운 말들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그런 품격 있는 말을 하는 나도, 그런 품격 있는 말을 듣는 상대방도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말의 세상을 꿈꿔본다. 말과 글로 자주 상처받는 요즘, 나는 매일 아침 다짐을 한다. 오늘 하루도 긍정의 언어와 감정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나이기를, 마이너스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 하루이기를…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책 <언어의 온도> 부제), 나는 이 문구를 기억하고 말과 글을 쓰는 내가 되기 위해 회사 메신저 알림 글에 적어두고, 매일 나에게 상기시키고 있다. 분명한 건 나의 언어습관은 나의 품격을 만들어준다. 나의 말은 어떤 품격을 갖고 있는가? 오늘도 품위 있는 그녀가 되어 보자.


2018.07.13. 즐거운 일터를 만들고 싶은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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