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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May 11. 2020

[독서일기]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채사장

직장생활, 최고의 파트너를 만나는 행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은 분명 행운임에 틀림없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갑작스러운 K의 메시지에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놀랐고, 눈물로 어렵게 꺼낸 그의 이야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나는 생각이 멈추어버렸다. 요즘 K의 표정을 보면서 어쩌면 머지않아 그와 마침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될 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안고 있었던 터라 나는 그 두려움과 애써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K와의 인연에 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찍을 시간이 다가왔고, 신입사원 입문교육 때 K가 나에게 전해준 노란색 작은 감사카드도 괜히 한번 꺼내어본다. 새삼 지난 시간을 돌이키게 되고, 문득 울컥하고 뜨거운 감정이 올라오는 건 아쉬움의 크기에 상응하는 게 아닐까 싶다. 


“만남이란 놀라운 사건이다. 너와 나의 만남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넘어선다. 그것은 차라리 세계와 세계의 충돌에 가깝다.” 34p


2014년 봄, 채용박람회에서 처음 만났던 K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회사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과 인사 업무에 대한 넘치는 열정이 나에게 진한 커피 향처럼 여운을 가지고 전해져 왔고, 같이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해 신입사원 공채 모집에 K는 정말 지원을 했다. 채용 계획이 없던 인사부서에 그가 배치 되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조직 변경이 일어나면서 나는 K와 함께 일하게 되었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는 책 제목처럼 K와는 그냥 스쳐 지날 인연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언젠가 그렇게 만날 인연이었나 보다.


“길고 긴 인생 중간에서 만나는 인연이란 무엇이고, 그 인연이 나의 세계에 남기고 가는 흔적들은 무엇일까?” 43p


K는 독특했다. 여느 신입사원들처럼 포시랍지 않았고, 요즘 아이들답지 않은 바른 태도로 주위에서 칭찬의 목소리가 많았다. 친절한 K는 업무에서도 노력하는 모습으로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외부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업무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누구보다 차근차근 학습했고, 치열하게 고민할 줄 알았다. 그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늘 선배의 무게를 같이 나누어 들기 위해 노력해주었다. 그는 그렇게 직장생활의 첫 단추를 아주 잘 채웠고, 나머지 단추들도 차례대로 잘 채워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어 선배로서 고맙고, 든든하고, 뿌듯했다. K는 언제든 함께 토론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덕분에 나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었고,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당신 앞에 세상은 하나의 좁은 길이 아니라 들판처럼 열려 있고, 당신이 보아야 할 것은 보이지 않는 어딘가의 목표점이 아니라 지금 딛고 서 있는 그 들판이다.” 129p


K가 신입사원이던 시절, 좋은 인사담당자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 지, 업무의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 어떻게 성장하면 좋을 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나는 K에게 노무사 공부를 제안했고, 한번 해 보겠다는 그에게 필요한 교육 기회들을 만들어주었다. 내가 했던 제안이 새로운 길을 여는 씨앗이 되어 그에게 새로운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는 건 선배로서 분명 기쁘고 고마운 일이다. 사실 욕심을 부리자면 나는 K를 한번은 잡았어야 했다. 설사 그가 결정을 바꾸지 않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가 누구보다 신중한 결정을 했고, 새로운 길을 잘 만들어나갈 거라는 걸 너무나 잘 안다. 그리고 K의 선택이 그의 인생에 있어 도움이 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자신에게 열려있는 들판을 볼 줄 아는 그의 안목과 용기에 그의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 밖에 할 수가 없다. 늘 묵묵하게 일하던 K의 빈 자리는 아주 크게 느껴질 것 같다. 언젠가 시간을 돌고 돌아 K와 다시 만나지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우리는 언젠가 만날 테니까.


2019.06.21. 즐거운 일터를 만들고 싶은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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