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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Oct 08. 2020

[독서일기]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아잔 브라흐마

해답은 내려놓음

“내려놓음, 내려놓음” 가장 힘든 시기에 만난 책,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에서 찾아 낸 나만의 해답, 그것은 바로 “내려놓음”이었다. 내 업무용 노트북에는 손으로 적은 “내려놓음, 내려놓음”이라는 문구가 적힌 작은 노란색 종이가 붙어 있다. 4년 전, 나에게 직장생활에서 가장 큰 변화가 찾아왔다. 나는 함께 일을 해 온 팀원들과 새로운 부서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나의 직장생활에서 가장 혹독한 한파가 시작되었다.


매번 인사발령을 내면서 팀을 이동하는 사람들의 적응이 쉽지는 않겠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새로운 리더와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를 인사 업무를 한 지 13년이 되고서야 나는 직접 경험을 통해 새삼 알게 되었다. 살면서 내 안에 다른 누군가를 미워할 수 있는 에너지가 이렇게 클 수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랍고 힘든 시간이었다. 가장 힘든 순간, 내 마음의 평화를 찾아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사람이었다. 본인이 해외출장 길에 읽은 책이 너무 좋아 팀원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를 만났다.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코끼리를 갖고 싶었다….. 그는 차츰 알게 되었다. 당장 코끼리를 갖게 된다 해도 자신은 그걸 키울 능력이 없다는 것을…. 그는 자신에게 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코끼리이지 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도 부자가 되지 못했고, 아직 코끼리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이제 그가 원하는 것은 코끼리가 아니었다. 그가 가장 원하는 것은 이것이었다. ‘코끼리를 포기할 수 있는 마음.’ 


과연 나는 무엇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던 걸까?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보니 상대방에 대한 이해 따윈 절대 하지 않겠다고 내 마음에 벽돌을 하나씩 하나씩 쌓아 올리고 있는 내가 내 안에 있었다. 내 마음에 자리 잡은 미움의 벽돌이 또 다른 미움의 벽돌을 아주 견고하게 쌓아 올리고 있었다. 


책에서는 저자가 뛰어난 참선 스승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경험한 108가지 이야기들을 통해서 우리 마음 속 술 취한 코끼리에게 끌려 다니지 말고 코끼리의 주인이 되도록 코끼리를 길들이라는 깨달음을 전해준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던가. 그걸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의 차이가 왜 그렇게 큰지.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이 참 어려운 것인데, 기쁨, 슬픔, 분노, 절망 등 여러 색깔의 감정을 가진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 


삶에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원하는 어떤 것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원하는 그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는 내려놓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힘들 때마다 노트북에 붙여 둔 “내려놓음, 내려놓음”이라는 단어를 되 뇌이면서, 마음 건강을 돌보기 시작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 해답을 찾을 수 있게 손 내밀어 준 그 사람도 그 동안 많이 힘들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상사에게 너무 대 놓고 오렌지색, 빨간색 신호등을 깜빡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상대방의 상황과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마음의 두터운 벽돌을 치워나갔고, 덕분에 내 마음의 신호등은 초록색을 유지하는 날이 많아졌다. 새로운 시각과 방법을 받아들이면서 나와 팀원들은 분명 성장했고, 나는 직장생활의 사춘기 같은 성장통을 혹독하게 겪고 나서야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었다.


우리가 내려놓아야 할 것은 바로 ‘내려 놓으려는’ 그 마음이다.                             
우리 안에서 사사건건 통제하려고 드는 그 감독관을 내려 놓아야 한다.


무엇이든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했듯이, 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내 마음의 신호등 색깔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마음의 신호등 색깔은 언제든지 내가 결정할 수 있다. 책을 처음 읽은 4년 전 연습하기 시작한 내려놓음은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마음 건강검진을 하는 마음으로 다시 책을 펼친 지금, 내 마음의 신호등에 띵동! 하고 초록불을 켜 본다.


- 2018.06.15.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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