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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Oct 15. 2020

[독서일기]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 이지영

내 마음의 태양을 끄집어낸다

2019년 12월 31일, 우리 가족은 상하이에 도착했고, 해외에 도착해서 휴대폰을 켜면 알람처럼 밀려오는 외교부의 문자메시지, 그 중 우한 지역에서 집단 폐렴이 발생하였으니 조심하라는 내용의 안내 메시지가 있었다. 감기예방 차원에서, 중국인들의 길거리 흡연을 피하기 위해 KF94마스크를 넉넉하게 챙겨갔는데, 혹시나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여행 내내 마스크를 쓰고 다녔고,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오늘 기사를 검색해보니 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 보건 당국에서 WHO세계보건기구에 원인불명의 폐렴을 보고한 날이라고 한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몇 주가 지나고서야 코로나의 심각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처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줄 알았다. 그때도 여행을 계획했다가 위약금을 물고 취소했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왔고, 많은 변화를 갑작스럽게, 그렇지만 당연하게 가져왔다. 


코로나로 인한 변화의 모습은 모두 다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많은 것을 공유하게 되었고, 남편의 미국출장으로 넉달 가까이 떨어져 지내면서 우리 가족은 서로의 역할에 대한 소중함을 새삼 느끼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공간에 대한 관찰을 하게 되었고, 그 안에 자리한 나의 공간, 남편의 공간, 아이의 공간에도 변화가 필요함을 느꼈다. 그렇게 주말마다 시작한 집 정리,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돌아보지 않았던 집이라는 공간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충분한 시간이 되었다. 그런 찰나에 우연히 보게 된 TV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는 비움에 대한 실행으로 나를 떠밀어주었다. 비움을 실행으로 옮기고 나서야 읽게 된 책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는 공간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의 변화를 알려주었고, 공간 크리에이터 이지영, 그녀의 직업관은 내가 하는 일의 가치에 대해서 돌아보게 했다.


저는 물건을 잘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그것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소한 디테일의 변화만으로도 사용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 당장 집 안을 둘러보고 불편하게 쓰고 있는 가구나 물건이 없는지 확인해보세요. 디테일을 관찰하고 불편을 체크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집이라는 공간에 구성원 각자에게 필요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그곳의 위치나, 크기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곳이 어디든지 충분히 좋은 집이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생소한 직업 공간 크리에이터, 그녀는 공간을 정리하는 것이 인생을 정리하는 것과 같다고, 물건을 비우면 공간이 보이고, 공간이 보이면 사람이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공간에 있어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녀가 가진 능력으로 누군가에게 좋은 에너지를 선물하는 모습이 대단해보인다.


돈을 떠나서 이렇게 누군가의 인생에 큰 의미가 될 만한 일을 하고 나면 직원들끼리 결속력도 커집니다. 가치 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에 자부심도 높아지죠. 이런 긍정적인 기운이 다음 집에까지 연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자부심과 긍정적인 에너지는 저를 비롯해 저희 직원들 각자의 삶에도 좋은 기운을 줍니다.


그녀가 일을 대하는 태도에 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인생에 큰 의미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 일에 대한 비전을 동료들과 공유함으로써 그들과의 결속력이 단단해졌다는 것, 그렇게 누군가에게,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와 자신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아보였다. 오랜시간 내가 인사담당자로 일을 하면서 나의 미션은 에너지CEO 였다. 즐거운 일터를 만들고 싶었다. 나와 상호작용을 하는 이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해줄 수 있는 동료가, 선배가, 후배가 되고 싶었다. 내 일에 있어 항상 당당할 수 있게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가 가진 좋은 기운이, 그리고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그 좋은 기운에 나도 모르게 감정의 동요가 일었다. 신박한 집 정리가 궁금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포인트에서 힘을 내 본다. 내 일의 의미를 다시 한번 끄집어내어 기억해본다. 나는 오늘 다시 한번 힘을 내본다.   


2020.10.15.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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