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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Nov 25. 2020

[독서일기]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읽고 쓰는 것으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사람은 읽고 쓰기를 통해서도, 말하고 듣기를 통해서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는 성실히 읽고 쓰는 사람은 이중 잣대를 버리면서 남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자신에게 적용하게 되고, 그로 인해 반성하는 인간, 공적인 인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그는 약간 무겁고, 얼마간 쌀쌀맞은, 진지한 인간이 될 것이다."


동네 책방에서 독서일기 모임을 하면서 '독서'에 대한 의미를 가져본다. 더불어 독서의 확장을 경험한다. 같은 책을 읽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고,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주제로 독서일기를 쓰기도 한다. 평소 관심가지지 않던 분야의 좋은 책을 알게 되기도 하고, 가끔은 읽어보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된 또 다른 책을 찾아서 읽게 되고, 이전에 읽었던 책들의 내용과 연결하여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 생각들이 모여 나만의 독서일기로 정리를 해본다. 


# 책, 이게 뭐라고. 

그냥 좋다. 살구색 작은 전구가 비추는 동네책방의 서가, 그곳에 자리한 손바닥만한 책들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내가 그들을 좋아하는 마음을 들킨걸까. 혹여나 나의 발자국 소리가 커져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까봐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기면서 가만히 책을 구경한다. 혼자만의 책 산책을 즐기는 시간, 나는 충분히 부자가 된 것 같아 배시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책으로 둘러싸인 짧은 그 시간이 그렇게 참 좋다. 집에 사 놓고 읽지 않은 책들이 번호표 뽑고 자신의 차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만, 또 다른 책이 궁금해 책을 집어들게 된다. 


# 읽고 쓰는 것만으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읽고 쓰는 것만으로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읽고 쓰는 시간을 통해 좋은 사람이 되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을 읽고 독서일기를 쓰면서 나는 나와 마주한다. 뜨문뜨문 알아챘던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기도 하고, 어렴풋이 짐작했던 나의 생각들을 정리해보기도 한다. 그렇게 책을 읽고, 독서일기를 쓰고, 책을 좋아하는 멤버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나를 알아간다. 일상에서 아직 사춘기 아이마냥 마음이 소용돌이치는 날들이 많지만, 책을 읽고 독서일기를 쓰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을 겪고 있는 건 아닐까. 마흔 둘,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작은 책 한 권에 작은 생각의 조각들이 보태진다.

나는 그곳을 천천히 산책한다.

그렇게 조금씩, 나는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


2020.11.25.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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