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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Dec 23. 2020

[독서일기] 내가 나를 안아줄 수 있을 때, 강정무

(서평) 내가 나를 안아주고 싶을 때

"편하게 읽어주시고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읽어주세요. 그리고 쉼과 함께 읽어주세요." 101p


나는 성격이 급하다. 해야 할 일을 미리미리 해야 마음이 편하다. 덕분에 매일 출근도 1시간 빠르게 사무실에 도착한다. 사실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나 혼자 미리미리 해서는 소용이 없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나의 생각이 잘못될 수도 있음을 의심하고, 다시 한번 더 생각하면서, 적당히 기다릴 줄 아는 느긋함도 나에게는 꽤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은 가장 바쁜 시간에 알아차리게 된다. 


12월, 나의 1년의 시계는 지금이 가장 바쁘게 돌아간다. 인사담당자에게 12월은 가장 숨가쁜 시간이면서, 현실과 이상을 오가는 동상이몽을 경험하는 가장 힘든 시간이기도 하다. 그럴때일수록 쉬어가고 싶어 나는 오히려 더 열심히 책을 읽었다. 요즘 도통 책을 펼칠 시간을 좀처럼 만들지 못했고, 그럴수록 편하게 읽어달라는 작가가 던진 한 마디가 와 닿았다. 시간은 늘 같은 속도로 흐르고 있었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둥지둥 하는 나에게 더 잘 달리기 위해 쉼표가 필요한 시간이 되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내가 나를 안아줄 수 있을 때'라는 책 제목이 좋았다. 책 제목을 보면서 나를 가만히 안아주어도 좋을 시간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궁금했다. 이 책을 읽으면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을까하고.


"모든 것이 처음이고 모든 게 서툴렀던 과거의 나를 불러 안아줄 수 있는 내가 되어 고생했고 잘했다며 이야기할 수 있는 나는 조금 성장했고 또 많은 것을 알게 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떠나보냈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가득한 몇 년을 지내며 덜 자란 어른이 되었다." 225p


내 나이 마흔 둘, 아직도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들을 경험한다. 완전하지 못한 나이기에 여러 경험이라는 시간 안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은 나와 처한 상황이 달랐기에 공감이 쉽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감정 앞에 저렇게까지 솔직해질 수 있다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아는 모습이 어른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11살 딸 아이의 감정노트(학교에서 선생님이 쓰게 함)에는 자신이 말을 할 때 가족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고 적혀 있었다. 순간 내가 아이에게 하는 말들을 떠올렸다. 나는 아이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왜 안 좋은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했고, 아이의 감정표현은 가족들의 감정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여러차례 말해준 기억이 났다. 나는 개인의 감정표현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은 기다려주려고 노력한다. 아이에게도 사춘기가 오는 것 같아서. 겨우 11살, 이제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나이가 된 게 맞을까.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게 막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내 안에서 갈팡질팡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건, 자신의 감정 앞에 스스로가 가장 솔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스스로를 토닥일 수 있고, 스스로를 응원할 수 있고, 스스로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살면서 내 감정에 얼마나 솔직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가져본다. 상당수 내가 아닌 상대방이 내 감정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지만,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하는 소심한 자기 합리화를 떨칠 수가 없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행복한 순간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이 나의 마음에 들어왔다. 올 한해 나로 인해 마음이 불편했던 사람들에게 그들에게 전해지지 않을 나 혼자만의 사과를 해 본다. 혹시나 내가 싫다면 나를 계속해서 싫어해주세요. 나는 괜찮습니다.


2020.12.23.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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