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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Feb 22. 2021

[독서일기] 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코로나보다 무섭고, 두려운 것은...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다. 우리 존재, 우리가 만든 모든 문명은 자연 안에 있기에 자연의 질병은 반드시 인류의 파멸로 돌아온다. 자연은 '공존'을 말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살펴야 할 우리의 보금자리이다.


작년 초, 회사에서 폐기물 저감활동을 하겠다고 했다. 사무실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과 공장동에서 배출되는 지정폐기물, 그리고 식당에서 배출되는 잔반까지, 모든 폐기물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팀마다 사용하던 쓰레기통은 없어지고, 건물 층마다 분리수거 쓰레기통이 설치되었다. 사내식당에서는 남기지 않을 만큼 덜어 먹 캠페인이 시작되었고, 총무팀장님은 수시로 직원들의 잔반을 감시하고 참견하셨다. 그리고 1년, 역시 직접 감시의 영역에 있는 잔반 줄이기는 적극 동참한 것 같고, 간접 감시의 영역에 있는 생활폐기물 줄이기는 동참 시늉만 한 것 같다. 나는 여전히 하루 2개의 종이컵을 사용하고, 기존과 동일하게 쓰레기를 배출한다.


올해 시무식에서 사장님께서는 ESG 경영에 대해서 언급을 하셨다. 그리고 1년 전 총무팀에서 진행한 폐기물 저감활동이 왜 전사적인 활동으로 전개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친환경적인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친환경적인 생산 활동을 하는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가는 길목에 서 있는 것이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환경을 포함한 전반적인 사회적 책임 요구는 자연스러워졌다.


우리는 한 해 동안 지구가 생산할 수 있는 자원의 양보다 훨씬 많이 소비하고 있다. 지구가 줄 수 있는 양이 1이라면 매년 1.75를 사용한다.  27p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당연한 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체감했듯이,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말이 무섭게 와 닿았다. 환경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텀블러를 사용하고, 분리수거를 한다. 나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면서 일회용 비닐장갑을 사용하고, 텀블러 세척이 귀찮아 종이컵을 사용하기도 한다. 간간히 텀블러를 사용하고 있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꼬박꼬박 하고 있어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바로 쓰레기를 적게 만드는 노력, 지구가 줄 수 있는 양이 1인데, 나의 사용패턴이 1을 초과하고 있다면, 지구에 대한 나의 부채가 나도 모르는 마이너스 통장에 차곡 차곡 쌓여 내 아이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앞선다. 


1년 전, 처음 코로나를 맞닥뜨리면서 동네 슈퍼에 식료품 코너가 비어있고, 한 낮에도 텅 빈 거리에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던 그 시간을 경험하면서 전쟁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지만, 바이러스라는 것이 어쩌면 총알과 폭탄이 날아드는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라는 제목이 왜 무서운지, 우리는 왜 지구를 지켜야 하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지금 바로 내 뒤를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겠다. 어쩐지 당장의 현실과 계속 타협하게 되는 지금, 실천이 쉽지는 않을 것만 같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지금 나는 코로나보다 더 무섭고 두려운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죽기 전에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결말이 두려운 게 아니라 그 결말로 떨어지도록 지구의 운명을 던져버리는 사건이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게 두렵다. 지구가 무너지는 순간에 눈을 뜨고 있는 게 두렵다. 36p


2021.02.22.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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