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얼마면 돼?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고 했던가. 언제부터인지 잠을 자다가 자꾸만 깬다. 최근엔 꿈을 꾼 기억도 별로 없다. 어린 딸 아이는 매일 무슨 꿈을 꾸는지 알 수 없는 말을 하기도 하고,옆에서 자고 있는 나를 발로 차는 건 아주다반사다. 온 방을 헤엄치듯 돌아다니면서도 아주 꿀잠을 잔다. 덕분에 같이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한데, 나는잠을 자도꽤나 피곤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꿈을 꾸지 않아 깊은 잠을 잔다고 생각했지만,차라리일장춘몽이라도 꾸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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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에 들기 전, 가족들에게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예쁜 꿈을 꾸라는 통상적인 인사를 한다. 꿈이 예쁠 수가 있나? 예쁜 꿈은 어떤 꿈이지? 그런데 예쁜 꿈은 꾸고 싶다면 꿀 수는 있나? 우리가 매일 꾸고 싶은 꿈만 꿀 수 있다면,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싶을까.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읽으니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꿈이 알쏭달쏭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한다. 책을 펼치는 것이 마치 누군가의 꿈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에 괜히 설렌다.
띵동~, 오늘의 꿈이 도착했습니다.
싱그러운 초록 들판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펼쳐져 있고, 시선의 끝은 만년설을 덮고 있는 산자락과 맞닿아 있다. 조그만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경쾌한 웃음소리가 아주 멀리서 깔깔깔하고 들려온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설레임을 느끼기에 충분한 광경이다. 사진을 찍듯이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숨을 크게 들이쉬어 본다. 표현하기 어려운 꽃 내음이 코끝에 와 닿았다. 폭신폭신한 초록빛 들판에 두 팔을 가득 벌리고 누워있는 한 사람, 세상을 다 가지면 저런 표정일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가며 잠을 깬다. (요즘 유난히 그리운 잘츠캄머굿을 꿈에서나마 가 본다)
띵동~, 오늘의 꿈이 도착했습니다.
커튼을 밀어젖히니 경쾌한 파란 하늘에 퐁퐁퐁 하얀 구름이 펼쳐져 있다. 매일 5시에 일어나 6시 20분이면 출근하던 나의 바쁜 아침에 파란 하늘만큼 기분 좋은 여유가 생겼다. 하루 종일 창가에 앉아 맛있는 것을 먹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향이 좋은 커피도 한 잔 마신다. 시시각각 바뀌는 공원의 풍경을 바라보는 기분은 아직까지는 꽤나 즐겁다. 누군가가 출근한 시간, 출근을 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아이의 학교 앞에서 수업을마치고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며 교문을 나서는 아이를 만난다. 오늘은 아이와 손을 잡고 동네 한 바퀴돌아 집으로 가야겠다. 정해진 퇴근 시간이 없는 하루가 참 좋다. (정말꿈꾸고 싶은 퇴사 후 나의 일상을 만난다)
푹 자는 것만으로도 어제의 근심이 눈 녹듯 사라지고, 오늘을 살아갈 힘이 생길 때가 있잖아요? 저마다 잠든 시간을 이용해서 어제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게 만들어지는 거예요. 32p
어둠이 내린 시간, 잠이 좋은 건 휴식의 시간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깜깜함은 나의 눈에게, 고요함은 나의 귀에게, 공복은 나의 뱃속에게, 하루 종일 세워져 있었던 나의 몸은 이제야바닥에 평평하게 뉘어져 휴식을 가져본다. 어쩌면 매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은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어떤 꿈도 마음대로 꿀 수 있는 그 시간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각자가 꾸고 싶은 꿈, 이루고 싶은 꿈을 원하는 데로 직접 구매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꿈이 있어서 반복되는 매일이 또 다른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건 충분히 설레는 일이다.
어서 오세요, 손님! 오늘은 아직 좋은 꿈이 잔뜩 남아 있답니다.
오늘, 나는 어떤 꿈을 살까?
오늘, 당신은 어떤 꿈을 사고 싶으신가요?
2021.04.09. 어른이 되고 싶은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