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주댁 Mar 09. 2024

서울 토박이가 여주로 귀촌한 [이유가 있을까?]

일단, 여주에 '귀촌'했다고 표현해도 될 지 모르겠다.

촌이라고 하기에는 여주도 도시 계획을 가지고 재개발과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울과 인프라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는 여주는 촌과 다름없다.

왜 나는 서울을 떠나 여주로 내려왔을까? 더군다나 나는 서울에 '직장'이 있다.

서울에 살았을 때 직장과의 거리는 1시간 내 였지만, 지금은 2시간이 걸린다.

서울의 시끄러움이 싫었다. 집 안 쇼파에 앉아 아무 생각없이 멍 때리고 있을 때

귀에 닿는 배달 오토바이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버스의 엔진소리가 싫었다.

사람들의 삶의 에너지가 나에게는 소음이었다.

어쩌면 어린시절 할머니 댁에서 자랐던 나름의 기억이 도시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벌레를 무척이나 싫어하지만, 사촌들과 매미와 잠자리를 잡으러다니던 그 기억이 생생하다.

가족과 친구들이 왜 하필 여주인지 물어보면,

나는 아무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다보니 지도에 여주가 보였고, 어쩌다보니 여주에 있는 아파트가 내 집이 되었을 뿐이다.

치밀한 계획 같은 건 없었다.

나에게 흐르는 무언의 장력들이 나를 여주로 이끌었다.

도시 중간 남한강이 흐르는 것이 좋았고. 조용해서 좋았다.

다른 근교 도시로 넘어가는 것도 차가 막히지 않아 빨라서 좋았다.

내 생활 반경이 서울에 있을 때보다 더 넓어진 기분이다.

내가 누릴 수 있는 땅의 넓이가 넓어진 기분이 좋다.

도시에서의 생활과 여주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다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어쩌면, 달라짐이 없을 수도 있겠다. 오히려 더 불편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여주로 내려 온 이유를 찾고 싶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여전히 난 찾지 못 했다. 그러니 이유는 없다. 그냥 난 이 곳에 왔다.

여기서 난 무엇을 누리고 즐기며 살아갈까? 

난 이제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