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우리를 지나갈 때
빨갛고 달콤한 수박 한쪽을 꺼냈다.
칼날이 껍질을 스치는 소리가 낮게 울렸다. 초록과 흰색이 사라지고, 순식간에 여름 한가운데를 닮은 붉은 속살이 드러났다. 차가운 과즙이 손끝을 적셨다.
좋은 걸 보면, 여전히 그와 나누고 싶다. 예쁜 걸 보면, 같이 보고 싶다.
그 마음은 계절이 바뀌어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건 결국 나만의, 조금은 이기적인 기대로부터 온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걸, 그도 좋아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마치 내가 이 수박을 베어 물며 느끼는 시원함과 달콤함이, 그대로 그의 입안에도 전해지길 바라는 것처럼.
하지만 세상에는 전해지지 않는 맛도, 닿지 않는 마음도 있다.
내가 마음을 쓰는 건 내 선택이고, 그걸 상대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해주는데, 왜 나에게는 똑같이 해주지 않지?” 하고 속으로 묻던 순간들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그건 내 마음이 서운한 것이지, 그의 잘못은 아니니까.
그가 고개를 저으면, 더 이상 마음에 둘 이유도 없다.
그저 그 자리에서 수박을 한 입 베어 물고, 달콤한 물기를 삼키면 된다.
오늘도 그는 과일 대신, 쓴 커피를 택했다.
나는 그 옆에서 조용히 수박을 베어 물었다.
수박의 달콤함과 커피의 쓴맛이, 같은 공기를 나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