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계산기엔 나의 계절이 없다
공기는 건조했고, 대표님과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막이 내려와 있었다.
5년이었다. 내가 이 회사의 이름 없는 부속품이 아니라, 심장이자 뼈대라고 믿으며 견뎌온 시간들. 그 시간의 무게가 고작 250만 원이라는 얇은 지폐 몇 장의 차이로 저울질당했을 때, 나는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조금 슬퍼졌다.
새로 들어온다는 경력직 직원의 연봉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나의 가난한 자존심을 들여다보았다. 돈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확인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낯선 타인이 높은 값을 받고 들어올 때, 묵묵히 자리를 지킨 나의 시간도 그만큼 귀하게 대접받고 있다는 안도감을
"너는 창업 멤버잖아."
대표님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말은 훈장이 아니라 족쇄였다. 창업 멤버니까 참아야 하고, 창업 멤버니까 회사의 잉여금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창업 멤버니까 일반 직원처럼 굴지 말아야 한다. 그 논리 속에서 나의 '희생'은 당연한 전제였고, 나의 '서운함'은 돈에 눈이 먼 탐욕이 되었다.
"돈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 말이 날카로운 유리 조각처럼 날아와 박혔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보통의 상식적인 관계라면, 새로운 사람이 귀한 대접을 받을 때 헌신한 사람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먼저 배려해 주는 것이 예의다. 그것을 우리는 '형평성'이라 부르고, 나는 그것을 '존중'이라 읽는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지 않도록, 박힌 돌이 그 자리에서 썩어 문드러지지 않도록 다독이는 것이 리더의 몫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대표님에게 나는 그저, 비용을 아껴야 하는 '이미 잡은 물고기'였을까.
"그럼 능력 좋은 사람들만 모아서 일하세요."
홧김에 내뱉은 말은 허공에서 힘없이 부서졌다. 그건 공격이 아니라 비명이었다. 나의 5년이, 우리의 뜨거웠던 시간이 고작 돈 문제로 치부되는 것에 대한 처절한 항변.
나는 그가 밉다기보다, 우리가 도달한 이 지점이 참을 수 없이 쓸쓸했다.
돈을 더 달라는 떼쓰기가 아니었다. 그저 "네가 있어 다행이다", "너의 5년은 그 누구보다 가치 있다"는 확인이 필요했을 뿐인데.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었다.
그의 계산기 속 숫자와, 나의 가슴속 시간은 영원히 섞이지 않을 기름과 물처럼 둥둥 떠다녔다. 창밖의 풍경이 무채색으로 보였다. 마음 한구석에서 바람이 새는 소리가 났다. 5년이라는 계절이, 참 허무하게 저물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