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준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말을 들으면 가끔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만족을 위해 일을 저질러 버리는 것이다. 마치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꼴이다. 하지만 준비만 하는 사람에게는 이 말이 꼭 필요하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인드가 고민하는 상황에 시동을 걸어준다.
네이버 히말라야 트레킹 카페를 방문해 보면 많은 사람들의 우려가 담긴 글을 찾아볼 수 있다. ‘옷은 얼마나 챙겨야 하나요?’, ‘여름인데 침낭을 챙겨야 하나요?’, 등 네팔 히말라야 트래킹을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 질문들을 남긴다. 그럼 등산을 즐겨하시는 분들과 여행사 사장님 등 전문가분들이 친절하게 댓글을 달아 주신다. 가끔은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이 일정은 괜찮을까요?’처럼 건강, 안정, 등의 걱정이 한가득 섞인 글들이 올라온다. 그럼 ‘일단 비행기표를 끊고 네팔로 오게 된다면 어떻게든 올라갈 수 있을 거예요.’라고 댓글이 달린다.
네팔행 비행기표를 구매하기 전 네이버 카페의 글들을 수시로 확인했다. 유튜브를 통해 기본적인 지식들을 가진 정보와 화면 속의 영상을 비교했다. 히말라야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책을 정독했다. 정리되지 않은 정보들이 내 머릿속에 쌓이면 쌓여만 갔다. 상상 속에서는 이미 히말라야 꼭대기에 있었다. 걱정들도 함께 늘어났다. 일단 등산이라는 것을 초등학생 이후로 해 본 적이 없었다. 그 흔하다는 산들조차 나와는 거리가 먼 존재들이었고 하나의 배경일 뿐이었다. 근데 무려 5박 6일이나 걸리는 산행이라니… 등산 입문자로서 당연히 걱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가이드 고용 문제도 있었다. 네팔 정부는 2023년부터 히말라야 트레킹을 할 시 가이드 고용을 권고하고 있었다. 이에 일부 사람들은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여행을 계획했다. 일부는 카페를 통해 동행을 구해 크루를 형성해 가이드를 고용했다. 하지만 나는 혼자였고 혼자 여행을 떠나가 보고 싶기도 했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준비하며 가이드까지 고용해야 했다.
정보를 쌓고 고민하는 데에만 2달이 걸렸다. 네팔을 가겠다고 다짐한 후부터 계산하면 3개월은 훨씬 넘게 걸렸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히말라야를 올라가는 모습이 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귀찮아서 결국 가지 않는 나의 모습만 그려졌다. 인터넷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이상 없었다. 결국 나는 쏟아지는 정보들과 내 마음속에서 시도 때도 없이 생성되는 걱정들을 뒤로하고 카페에서 본 댓글처럼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인드로 비행기 표를 결제했다. 9월 말 출발해 10월 초에 돌아오는 13박 14일의 일정의 긴 네팔 여행 일정이 확정되었다.
트레킹 준비
네팔 일정이 확정되었으니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를 정해야 했다.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는 대략 잡아도 10개 이상은 되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각자의 비행기 일정, 체력에 따라 같은 코스여도 하루에 올라가고 내려가야 하는 양이 모두 달랐다. 처음 산을 타보는 나로서는 가장 기본적인 코스인 ABC 코스를 선택했다.
ABC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의 약자로 약 4120m에 위치한 곳이다. (전문 산악인들의 베이스캠프가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의 최종지점이라는 것이 웃기면서도 나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리뷰를 찾아보면 설악산보다 수월할 것이라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무난하게 올라가는 코스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코스였다. 히말라야를 즐기기 최적 코스였다.
출국 한 달 전, 네이버 히말라야 트레킹 카페에서의 빅데이터들을 통해 네팔 포카라에 위치한 윈드폴 게스트 하우스를 예약했다. 그리고 사장님께 추가로 가이드를 고용까지 부탁드렸다. 우기가 끝나는 9월 말부터 히말라야 트레킹의 적기가 시작된다. 이 히말라야 성수기와 추석과 한글날이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겹치면서 트레킹 하루 전날만 숙소를 예약을 할 수 있었다. 나머지는 한인 게스트 하우스 주변으로 잡아서 윈드풀에서 걸어서 짐을 쉽게 옮길 수 있는 곳으로 정했다. 카트만두와 포카라 모두 하루에 2만 원에서 3만 원 사이로 매우 싼 가격으로 예약을 할 수 있어서 네팔에 14일 머물면서 비용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아직은 학생 신분이라 금전적 부담이 있다.)
등산 용품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방글라데시에 머물고 있어서 그런지 주변에 등산복을 파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더욱이 방글라데시는 거의 평지로만 이루어져 있어 등산을 즐겨 찾는 사람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카트만두 도착해서 등산복, 경량 패딩, 등산 모자, 양말을 구매했다. 한 번만 입고 다른 누군가에게 줄 경량 패딩 가격은 12000원이었다. (포카라에서보다 카트만두에서 등산용품을 구매하는 것이 훨씬 쌌다.) 한 번만 쓰고 절대 안 쓸 것 같은 등산화, 등산 가방, 스틱, 침낭 등은 포카라 근처 매장에서 대여했다. 캐리어를 싸면서 이렇게 짐이 없어도 되는 것에 대한 걱정들이 네팔에 도착한 지 단 나흘 만에 20만 원 안으로 해결되었다.
트레킹 하루 전날에는 윈드풀 사장님의 조언대로 립밤, 초콜릿, 간식, 고산병 약 등을 추가로 챙겼다. 트레킹 준비한 것 없이 무작정 네팔에 왔더니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오후에는 가이드 분과 가볍게 미팅을 가졌다. 코스와 일정에 대한 가벼운 설명을 들었다. 가이드분은 이미 히말라야 트레킹에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 주셨고 다음 날 타고 갈 지프까지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단지 사장님께 가고 싶은 코스와 가이드 분 고용 부탁을 드렸더니 모든 것이 준비가 됐다. 이렇게 히말라야 트레킹 준비가 완료되었다. 비행기표를 끊으니 히말라야를 올라가기 직전까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