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고 싶다

필사

by Soo

2022년, 글을 잘 쓰고 싶은 의욕과 함께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잘 좀 쓴다는 사람들이 거쳤다는 한겨레 문화센터를 찾아 '에세이 쓰는 법'을 수강했다. 가을 두 달 동안 매주 토요일, 신촌으로 향했다. 매주 진솔한 이야기를 쓰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를 했다. 가장 어린 수강생이었기에, 사회생활을 하시는 분들에게 내가 쓴 글을 읽어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더 머리를 쥐어 짜내면서 글을 썼다. 귀여워 보이기 싫었다. 그럼에도 낭만이 넘치는 대학생처럼 보이고 싶었다. 단어, 문장, 내용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이 더 진중하게 바뀌었다. 욕심도 생겼다. 더 진중해지고 내용이 더 풍부해지고 싶었다. 그때부터 다이어리를 사서 하루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기록을 남긴다는 것 자체가 낭만 같았다. 그때의 기록들이 2년 전 방글라데시에서 브런치를 쓸 수 있는 소재 창고가 됐다.


방글라데시에서 돌아온 지 일 년 하고도 반이 더 지났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주저앉아 고민에 잠겼다. 대학 수업, 꿈과 현실에서의 타협점을 찾을 수 없었다. 대학 수업은 너무나도 학문적이었고, 내 꿈은 한국과 멀었으며 현실은 한국과 너무 가까웠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동안 기록도 멈췄다. 고민들이 쌓이고 쌓여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 고민들이 정리되는 데 한 달 이상이 걸렸고, 머리가 속이 복잡하니 일기조차 쓸 수가 없었다. 일상과 같던 고민들은 일상의 지루함으로 이어졌다. 글을 쓸 이유를 찾지 못했다.


지루한 일상 속에서 방글라데시에서 얻은 경험, 가치관과 대한민국에서의 타협을 찾는 데까지 1년 반 이상 걸렸다.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정리가 됐다. 다시 일어서야 할 이유를 찾았다. 이유를 찾으니 글도 다시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3년 전, 글을 처음으로 쓰고 싶었을 때는 새로운 일상에 대한 기대감과 벅찬 감정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지루하다고 생각해 스쳐 보냈던 순간들이 너무 아까웠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지만 감정은 달랐다. 같은 논문을 읽고 공부를 해도 어떤 날은 설렜고, 또 어떤 날은 공허했다. 그 감정들을 그냥 지나쳐 보내고 싶지 않았다. 뜨거운 고민 속에서 벗어나 달력보다 먼저 마음은 가을을 지나고 있었다. 떨어지는 낙엽을 잡기는 힘들지만 손이라도 뻗어보고 싶었다.


그 낙엽을 잡아보기 위해 필사를 시작했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감정들을 잡기 위해서는 섬세하고 정확해질 필요가 있었다. 투에고의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울었다' 에세이를 골랐다. 짧고 간결하며 여러 감정들을 다룬 글들을 골랐다. 하루의 시작을 가볍게 좋은 글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 침대에 누워 10분에서 15분 유튜브 보던 시간을 줄여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3년 전, 신촌의 작은 서점에서 기록을 남기겠다고 다짐하며 샀던 노트를 다시 폈다.


길면 2페이지. 짧으면 5줄. 매일 아침을 그 짧은 글귀들로 남이 잡은 낙엽먼저 잡아보려고 한다. 3년 전에 산 노트를 다 채운다면, 떨어지는 낙엽 하나는 내 손에 온전히 품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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