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크리스마스(1983) / 오시마 나기사 (1)

당당하게 Merry, Christmas!

by 잌쿤

"대체 그걸 왜 못 해?"


직장인들이 참 많이 접하는 대사다. 분명히 가르쳐준 일인데 어리바리대는 모습을 보이면 상사 입장에서는 참 답답한 노릇이다. 일이 바빠 죽겠는데 일처리가 더딘 부하직원 때문에 시킨 일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짜증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더 많은 일을 처리하려는 목적으로 직원을 채용했는데, 오히려 채용된 직원이 회사의 발목만 붙잡는 꼴이니 말이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따지고 보면 전에 가르쳐준 일이 맞다. 부하직원이 잊은 것이다. 그러니 일을 믿고 맡겼던 상사 입장에서는 부하직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


물론 부하직원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회사 일이라는 게 신경 쓸 것도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아무리 배워도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빠르게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구구단도 배울 때는 몇 번씩 반복해서 암기를 하고 쪽지시험을 쳐서 손바닥도 맞아가며 겨우겨우 익히는데, 하물며 훨씬 더 복잡한 회사 업무를 한 번 설명만 듣고 따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상사의 핀잔은 '간단한 일이잖아?'라는 생각에서 나오는데, 간단하다는 것은 오랜 시간 숙련된 경험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생각이지 신입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그렇게 일을 잘했으면 당장 상사로 진급했지 신입으로 낮은 연봉과 잔소리를 들으며 회사 생활을 할 이유가 없다.


스포츠 계에는 '스타플레이어는 좋은 감독이 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기준에서 타인을 판단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로서 높은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다양한 재능의 차이를 가진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지도하기 어렵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천재적인 선수가 감독으로 데뷔하면 사람들은 그의 선수 시절 영광을 재현해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쉽지 않다. 감독은 팀 전략을 가르치는 사람이지 이행하는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감독과 선수 사이에도 분명한 입장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얼마 안 되는 인생 속에서도 입장 차이로 갈등을 빚느라 낭비한 시간이 적지 않다. 그렇게 긴 시간을 사람 사이에 섞여 살아왔는데도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분명 사람은 남의 생각을 알 수 없도록 만들어진 존재다. 아무리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고 해도 내가 바라보는 관점의,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상대방의 모습이지 진정한 상대방의 모습이 아니다. 바로 여기서 갈등이 시작된다.


내 주변에는 성격이 둥글둥글해서 싸움이나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부류의 친구들이 있다. 그들이 엄청나게 관대해서 자신에 대한 모든 잘못을 용서하는 것도 아니고, 또는 천재적인 두뇌를 갖고 있어서 타인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정확히 판단하여 객관적인 결론을 내리는 비상함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저 '뭐, 저 사람도 나름 사정이 있겠지' 싶은 일종의 방관이다. 그리고 이해심이 깊다는 평가를 듣는다. 어쩌면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이해심은 '그러려니'의 수준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장 어려울 때는 갈등의 당사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경우다. 무시할 수도 없고, 손익이 걸려있으니 무작정 양보할 수도 없다. 이해관계가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아니라 집단을 대변하는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타입의 고객을 만나 협상을 해야 할 경우라든가, 앞서 언급했던 상사와의 갈등 등이 비슷한 경우이다. 한쪽의 일방적인 이해심으로 원만한 해결이 어려운 상황임과 동시에, 내가 '을'의 입장에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높은 관계라면 더욱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유능한 영업가들은 '잘 보이기 위한' 노력으로 이득을 얻으려 한다. 상대방에게 잘 보이는 것은 간사한 행위가 아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과 동시에, '내가 당신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 중이다'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이다. 가장 잘 들어주는 사람이 가장 좋은 상담사일 수 있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