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의 시각에서 사회 통념의 무서움을 꼬집은 영화 보이 A(2007)는, 죄인이 교화되었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가 교화를 인정하였는가의 여부라는 점을 '교화된 소년' A의 입장에서 표현하고 있다. 앤드류 가필드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한 소년이 있다. 10대 중후반 가량의 평범한 사춘기 소년이.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하고 잘 적응하지 못하며 변변한 친구도 하나 없다.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는 TV 앞에 앉아 아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담배만 피워대고 있고 암에 걸린 어머니는 침상에 누워 극도로 삶을 비관하기만 할 뿐이다. 이 소년은 어디에서 삶의 낙을 찾아야 하는가? 무엇이 하루하루 소년의 삶을 지탱해 주는가?
친구가 생겼다. 반항기 많고 거칠고 때로는 잔인하지만, 소년을 따돌림에서 벗어나게 해 준 고마운 친구. 친구는 소년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거친 욕설과 무엇이든 내키는 대로 저지르는 행동들, 그리고 맘에 안 드는 세상에 대한 대처. 소년은 이것이 옳은 일일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행동할 뿐이다. 누구도 그에게 옳고 그름을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소년에게는 자신의 행동을 판단할 여유가 없었다. 점점 친구에게 동화되어 가다가, 결국 소년은 충동에 못 이겨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사회는 소년을 법으로 심판한다. 공범이었던 친구는 소년보다 조금 일찍 나왔다. 뒤이어 소년도 세상으로 나왔다. 그러나 소년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친구의 자살 소식이었다.
'죗값을 치르고' 나온 소년에게 보호 감찰사 테리는 말한다. 소년과 친구는 늘 같이 행동했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그의 내면에 순수함이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소년은 비록 어릴 적부터 상처를 받고 자라왔고, 그것을 풀기 위해 반항적인 행동을 했지만 소년은 충분히 사회 안에 다시 자리 잡을 능력도 자격도 있다고 테리는 말해주었다. 소년은 반신반의하면서도 테리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그가 어릴 적부터 그토록 갈망했던, 그저 보이 A로서의 평범한 삶. 그것을 이룰 수 있을까.
평범한 삶이란 무엇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별하고 싶어 하면서도 결국에는 포기하려 하지 않는 것. 모두가 겉으로는 거부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삶의 최고 가치로 숭배하며 놓으려 하지 않는 끈. 소년은 단지 그것이 너무나도 갖고 싶었다. 소년은 살인자의 가면을 벗어던지기 위해 이름도 바꾸고, 언론을 피해 살았다. 처음에는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그의 목을 졸랐다. 그러나 소년은 대단히 잘 해나갔다. 직장 일도 마음에 들고, 동료들과도 잘 어울렸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같이 이것저것 하면서 놀고, 또 다음 날 함께 일하고, 건전한 대화를 나누는, 그런 소소한 행복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사랑. 소년이 단 한 번도, 부모에게서조차 느낄 수 없었던 그것을 느끼게 되었다. 만남이라는 것이 서투르기도 했지만 역시 소년은 잘 해나갔다. 일이 끝나면 가끔은 동료들과 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애인과 시간을 보내기도 하면서 소년은 비로소 평범한 삶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년의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 외진 곳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죽을 뻔한 어린 소녀의 생명을 구해주었다. 그는 단번에 영웅이 되었고 주위 사람 모두에게 커다란 감사를 받았다. 소녀는 소년에게 말했다.
"아저씨는 천사예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자신의 현재 삶을 하나하나 씹어봐도 전혀 흠잡을 데가 없었다. 평범한 삶, 그 자체를 소년은 완전히 소유했다. 눈물이 날 만큼 기쁜 일이었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러나 소년의 영웅적인 행동은 단번에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고, 동시에 석방된 살인자의 행적을 쫓는 기자들에게 뒤를 밟히는 계기가 되었다. 살인자로서의 모습과 평범한 보이 A로서의 모습. 소년이 간절히 바랬던 자신의 삶은 후자이고 소년은 그 역할을 정말 잘 했었다. 어린 시절의 열악한 환경이 아니었다면 당연히 걸어갔어야 할 길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바라보는 그는 살인자, 그 이상의 이미지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동료도, 애인도 모두가 그를 버리고야 말았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과거를 버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 겨우 인정받았는데 그는 또다시 세상의 따돌림을 받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의 내면을 유일하게 알아준 보호 감찰사 테리는 여전히 곁에 있었지만,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소년이 살인자의 가면을 벗어버리지 못한 원흉은 바로 그 보호 감찰사의 철없는 망나니 아들에게서 나왔다. 소년은 도대체 누구를 의지할 수 있을까? 교도소를 다녀온 것이 사회에서 말하는 처벌의 전부가 아니었는가? 왜 사회에서 말하는 심판을 받았는데도 심판 이후의 삶이 더 힘들어야만 하는가. 이제야 소년은 알 수 있었다. 왜 친구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평범한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왜 악인이었던 친구와 순수한 마음을 소유했던 자신이 똑같은 결말을 맞이해야 하는 것인지. 과연 우리 사회에서 장발장은 가려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