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태나(2017) / 스콧 쿠퍼
*브런치 무비패스 참여 작품입니다(글은 'elric13'이 대신 작성하였습니다)
만약 영화 몬테나를 개인의 관점에서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 영화는 백인의 아메리카 대륙 정복을 미화하는 영화로 보여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헐리우드 영화의 이력을 생각해보면 그런 의도가 담겨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라도 당시 시대의 개개인에 초점을 맞추려고 애쓰고 있었기에 보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고자 한다.
조셉은 군인으로 아메리카 대륙 정복에 꽤나 공을 세운 사람으로 자신의 동료들, 부하들을 죽인 인디언(특히 엘로우 호크)에 대한 적개심이 매우 강하다. 옐로우 호크를 호송하는 과정에서 군의 시선이 안닿는 곳에 다다르자 바로 옐로우 호크를 쇠사슬로 포박하라 명령하는 장면이 조셉의 분노와 증오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로잘리는 인디언으로부터 집과 가족으로 모두 잃은 인물로 영화 몬테나에서 가장 뚜렷한 감정선을 보여주며,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들은 로잘리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본인도 점차 강해지고 성숙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옐로우 호크는 영화 몬테나에서 다양한 등장인물의 뒤얽힌 감정선 사이에서 감정의 절대값, 즉 다른 인물의 감정이 변화할때 그 온도차를 느낄 수 있는 지표가 되는 인물이다.
가장 뚜렷하게 대비되는 것은 처음에 언급한 것과 같이 조셉, 로잘리의 감정선과 옐로우 호크의 감정선이다. 사실 단순한 선과 악, 침략자와 원주민의 관점으로 보자면 조셉의 감정은 매우 모순적이다. 하지만 조셉 개인으로 보자면 군인의 신분으로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한 것이며, 동료와 부하들을 죽인 인디언은 당연히 원수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은 로잘리를 생각하면 더욱 분명해 진다. 남편과 아이들을 한 순간에 모두 잃어버린 로잘리가 가지게된 공포와 분노는 사실 상상하기 조차 어렵고, 단지 몇몇 장면을 통해 짐작할 뿐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옐로우 호크가 있는데, 사실 옐로우 호크로 한정되기 보다는 호송되는 인디언 모두가 감정의 태풍안에 서 있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은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변곡점을 맞이하는데, 조셉의 증오가 녹아없어지는 것도, 로잘리의 공포가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인디언 아이에 대한 애정으로 변화하는 것도 누군가의 죽음이 그 시작에 있다. 하지만 인디언들은 누군가의 죽음에 영향 받지 않고, 다가오는 죽음이 설령 자신의 죽음이더라도 의연하다. 아마도 그들에게 죽음은 단지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가장 잘 이해하는 편인 것으로 보인다. 로잘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시점에 옷을 건낸 것, 죽음을 앞두고 있음에도 먼저 손을 내밀어 준 것,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먼저 미소를 보낸 것 모두 인디언이었다. 결국 누군가의 죽음이 계기가 되고, 인디언이 방향을 가르쳐준 덕분에 조셉과 로잘리는 그들 마음속의 트라우마를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영화 몬테나는 이렇듯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다르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만큼 극단적이지만) 개개인이 서로를 이해하고 결국은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포스터에 있는 것처럼 ‘긴 여정을 통해 인간성을 재발견하는 아름다운 영화(Wall Street Journal)’라는 한줄평이 더할나위없이 어울린다(따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실제로 영상미도 뛰어나다).
영화를 보기 전에 감상평을 보게되는 독자의 경우 위에 언급한 인물들 외에도 다른 군인들, 땅을 소유하게 된 백인 등 그 시대의 다양한 계층, 개인의 모습을 영화에서 만날 수 있고 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전쟁이 심은 트라우마 등 이번 감상평과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관점으로 감상하더라도 조셉의 말처럼 ‘신이 이 상황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있을 때’ 우리의 인간성은 어디로 향해야 할지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