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초등학교 운동회 점심으로 롯데리아 햄버거가 인기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대세는 단연 롯데리아 햄버거였다. 대개 각 반의 반장이나 부반장 학부모께서 지원을 해 주셨다.
때는 바야흐로 5학년. 그때 나에겐 롯데리아 햄버거 '골든벨'의 가격은 너무도 비싸보였는데.
당시 반장인가 부반장을 하고 있었던 나는 운동회 날짜가 다가오자 설렘보단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당일 아침 학교에 가니, 운동회는 재밌는데 한편으론 반 애들이 굶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되고.
어린아이의 싱숭생숭한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교실 시계의 시침은 어느새 점심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끌벅적한 어느 초등학교 교실의 어수선함 속에 들리는 몇몇 반 애들의 수군거림을 듣고 교실 밖을 나가보니 햄버거와 함께 학교에 오신 엄마가 서있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한 여러 감정이 교차된 어린 마음속 그 감정이 아직까지도 어렴풋 기억이 난다.
바쁘셨던 엄마께 직접 말을 못 드렸는데 어떻게 알고 오셨을까. 그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 보니 반장 학부모 모임이나 어린 내가 몰랐던 엄마들만의 커뮤니티가 또 있었던 모양.
점심을 먹고 난 후 시작된 계주 시합에는 소리치는 친구들의 응원 소리가 운동장에 가득했다.
연습한 대로 실수하지 않으려 4학년 주자에게서 바통을 이어받고 속도를 올리려고 고개를 앞으로 든 찰나.
저 앞에 엄마가 보였다.
그리고 나는 5학년 인생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그 발에 먼지 나게 모래 운동장을 뛰었다.
입가엔 웃음을 머금고 미간에 온 집중을 다 모은 채로.
아마 내 생의 최고의 러닝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나는 우연히 롯데리아를 보면 종종 그때의 그 러닝이 생각난다.
어린 마음에 교차되어 나타나 처음 마주한 여러 감정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