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의 16년작부터 베를린 국제영화제 수상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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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있다. 소설책에서부터 심지어는 친구와 나눈 일상적 대화들에도, 그들만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영화는 말할 것도 없다. 감독과 작가가 만든 캐릭터들이 화면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영화는 그 무엇보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최적화된 방식이다. 특히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맞춘 독립영화는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그들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거대 자본으로 만들어지는 상업 영화들 속에서 소규모로 제작되는 독립영화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바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있다. 독립영화는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누군가는 꼭 해야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세상에 보여준다. 그러나 큰 흥미가 없거나 관심이 있더라도 상업영화만 봐 온 사람들은 ‘독립영화’ 그 자체를 낯설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독립영화를 보고 싶어도 주변에 상영하는 영화관이 없거나, 어떤 영화를 어디에서 봐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입문자를 위한 독립영화>를 추천한다.
1. 우리들
감독 | 윤가은
출연 | 최수인, 설혜인, 이서연, 강민준
개봉일 | 2016.06.16.
한줄평 | 단 한순간도 평화롭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
연호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또 연호가 때리고, 그럼 언제 놀아? 나 그냥 놀고 싶은데…
친구랑 싸웠어요. 수학이 너무 어려워요. 선생님께 혼났어요. 아이들이 이런저런 걱정을 털어놓을 때, 어른들은 쉽게 말하곤 한다. “그 나이 때는 다 그래.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야” 과연 그럴까? 영화 <우리들>은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들>은 주인공 ‘선’이 친구 ‘지아’를 만나며 시작된다. 여름 방학에 전학 온 지아는 학교에서 외톨이였던 선이와 만나고, 서로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가까워진다. 그러나 개학 후 지아는 선이를 모른 척한다. 선이는 지아와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애쓰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남은 건 실 팔찌와 함께 물들였던 봉숭아 손톱뿐. 선이는 지아와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잊고 있었던 우리의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해 준다. 친구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던 시절, 모두가 느꼈던 감정들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하는 고민들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가요?” <우리들>을 보고 나면 깨닫게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그 걱정이 세상의 전부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 또한 그 모든 고민들을 거쳐 지금의 ‘우리들’이 되었다는 것을.
2. 벌새
감독 | 김보라
출연 | 박지후, 김새벽
개봉일 | 2019.08.29.
한줄평 | 아무리 큰 절망이 있더라도 벌새의 날갯짓처럼
은희야, 힘들고 우울할 때 손가락을 봐. 그리고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움직여. 그럼 참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데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가끔 삶을 살아가다 보면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모르겠는 이상한 느낌. 영화 <벌새>는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마다 꺼내 보고 싶은 영화이다.
가족, 친구, 사랑 중 어느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은희’는 한문 학원 선생님 ‘영지’를 만난다. 은희는 어딘가 신비롭고 자유로워 보이는 영지 선생님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힘들 때 묵묵히 위로해 주는 선생님을 점점 의지한다. 하지만 영지 선생님은 갑자기 학원을 그만두게 되고, 은희는 선생님을 찾아다닌다. ‘선생님, 제 삶도 언젠가 빛이 날까요?’라는 질문을 품고 선생님을 찾아간 은희. 과연 그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은희의 삶, 그리고 우리의 삶이 빛이 날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저 움직이는 손가락을 보며 희망과 위로를 얻을 뿐이다. 1초에 90번의 날갯짓을 할 수 있는 벌새처럼, 그저 묵묵히 살아가다 보면 빛을 얻을 수 있다고 믿으면서.
3. 다음 소희
감독 | 정주리
출연 | 김시은, 배두나
개봉일 | 2023.02.08.
한줄평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어야 할까
힘든 일을 하면 존중받으면 좋을 텐데, 그런 일을 한다고 더 무시해. 아무도 신경을 안 써.
콜센터 직원, 택배기사, 주차장 안내원. 우리의 삶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직업들이다. 그들은 너무나도 익숙한 존재이기에 눈에 보이지 않고,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데도 정작 사람들에게 존경과 관심을 받지 못한다. 심지어는 무시와 멸시, 인신공격, 불공정 계약, 임금 미지급 등의 부당한 처우를 받기도 한다. <다음 소희>는 이들에게 닥친 차가운 사회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영화이다.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고등학생 ‘소희’는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다. 담임선생님이 대기업이라며 소개해 준 회사는 대기업 하청의 하청의 하청 회사에 불과했다. 춤추는 것을 좋아하던 소희는 회사 업무로 인해 춤을 추러 가지도 못하고 일에만 매진한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는 데 쏟아붓는데도 회사는 월급도 제대로 챙겨 주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소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과연 소희와 ‘다음 소희’는 보다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까?
현장실습에 나간 다른 아이들의 처지 또한 소희와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은 엄연한 피해자였지만 그 어떠한 보상도, 구제도 받을 수 없었다. 모종의 사건을 파헤치던 형사 ‘유진’은 실업계고등학교 학생들의 현장실습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과 노동권 침해 문제를 발견하고 우리에게 이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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