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를 '이대녀'라 부르라고 했어요?

by 자치언론 파란

글 222 디자인 솜이불



‘이대녀? 이대 다니는 여자, 그런 건가?’ 얼마 전 기사에서 ‘이대녀’를 처음 접하고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기점으로 일상적으로 쓰이는 ‘이대남’을 떠올리고 나서야 ‘이대녀’가 20 대 여성을 줄여 이르는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20대 여성 당사자에게도 낯설었던 신조어 ‘이대녀’는 20대 여성이 아닌 정치인과 기성 언 론의 입에서 나왔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4개월도 남지 않은 현재 양강 후보의 태도 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9일 자 신의 SNS에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달라”는 노골적인 안티페미니즘 메시지가 담긴 디시인사이드의 게시글을 공유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역시 ‘여가부 개편’ ‘성범죄 무고죄 형량 강화’ ‘저출산은 페 미니즘 탓’의 발언 등 페미니즘을 공공의 적으로 삼아 남성의 표를 끌어내려 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관심이 ‘이대남’에게 쏠려 있는 사이, ‘이대녀’의 표심은 표류 중이다. 지난 7~8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대선 후보 4자 가상 대결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여성 중 지지 후보와 관련해 ‘없다’ ‘잘 모 르겠다’는 응답은 각각 12.6%, 4.4%다. 리서치뷰가 지난 6~7일 진행 한 대선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는 20대 여성 중 ‘두 후보 누구도 지지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47%를 기록했다. 이를 20대 여성이 정치에 무관심하고 정치 참여도가 낮은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20대 여성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남성 못지않은데, 실제로 중앙선거관리 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지난 19대 대선 때 20대 여성 유권자의 투표율 은 79%로 73%인 남성 투표율보다 높았다.


표심을 정하지 못한 ‘이대녀’를 잡는 것이 정치권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면서 이제야 정치인과 기성 언론의 입에 ‘이대녀’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대녀’는 보이지 않는 듯 ‘이대남’에게 구애하던 정치 전략이 ‘ 이대녀’를 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얼떨결에 ‘이대녀’에 속해 버린 나는 ‘이대녀’ 범주에 대한 찜찜함을 버릴 수 없었다. 이 찜찜함은 두 가지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첫째, ‘이대녀’ 구분에 모든 20대 여성의 삶이 담길 수 있는가? 둘째, 과연 ‘이대녀’ 구분이 필요한가?



또한 ‘이대녀’와 ‘이대남’ 구분이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든다. ‘이대녀’와 ‘이대남’을 나누고 특정 집단을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것이 불필요한 갈등만 일으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대녀’는 정치권의 관심이 ‘이대남’에게 쏠려 20대 여성의 정치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경시되는 현상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다. 이때 ‘이대녀’는 ‘이대남’의 대척점에 놓인다. 두 집단의 이익을 반비례한 것으로 파악하고 한 쪽의 마음을 사기 위해 내놓은 정책은 사회 통합과는 멀어지고 편 가르기만 부추기고 있다.








여기 우리에게도 권력이 있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우리가 이 사실을 기억하고 언젠가 정치권이 이 사실을 깊이 새기게 되 는 날, ‘이대녀’는 처음 그들이 불러냈던 이대녀의 의미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이대녀’가 ‘삼대녀’가 되고, ‘사대녀’가 된 미래는 지금과는 분명히 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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