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랭보 별밤 솜이불 디자인 솜이불
<영남vs호남, 이분법의 시작>
5.16 군사 정변을 통해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민주적 투표 절 차 없이 대통령이 됐다. 그러므로 집권 초기 그의 정당성은 매우 약할 수밖에 없었다. 약한 정당성으로 정권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에 부딪힌 그는 자신의 정치적 뿌리가 되어줄 지지기반 마련이 절실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선택한 방법은 지연에 기반한 인사 기용, 자신의 출신지인 영남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그 시절 영남 출신 사람들이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의 고위직을 차지하게 된 배경이다. 박정희와 같은 케이스를 우리는 한 명 더 알고 있다. 전 두환 그 역시 위와 같은 전략을 이용했다. 박정희 정부가 들어선 제3 공화국부터 전두환 정부의 제6공화국 시절까지, 투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임명된 비선출 정치인의 수를 살펴보자. 영남 지역 출신이 압도적인 반면 호남을 비롯한 타지역 출신의 수는 적은 것을 아래 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전두환 정부 시절인 제6공화국에서는 핵심적 정치인 중 호남 출신인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권력이 지역으로 골고루 분산되지 못하고 중앙에 집중된 결과, 중앙 권력을 장악한 영남은 수혜를 받고 다른 지역은 상대적으로 각종 혜택 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소외된 지역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지역 출신의 정치인을 중앙정치에 진출시키려 노력했고, 그 결과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싸움이 심화됐다. 그렇다면 언론은 왜 정치싸움을 재생산 할 수밖에 없었을까?
위에서 언급했듯 영남 출신의 중앙 진출이 정치 분야에만 해당된 것은 아니다. 호남 지역 출신은 기업에서도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 언론은 수입의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광고주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므로 영남에 우호적, 호남에 비 우호적인 태도의 기사를 통해 지역 갈등을 재생산하게 되었다. 덧붙여 독재정권 시절 행해진 언론 검열도 언론의 지역 갈등 재생산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언론에 대한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최근에는 언론에서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논조의 기사가 많이 사라졌 다. 하지만 여러 전문가들이 2022 대선의 향방이 호남의 표심에 있다 고 진단하는만큼 그간의 지역 갈등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잔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영남 vs 호남 구도의 효력이 없어지자 다른 이분 법을 이용해 갈등을 심화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세대와 성별(젠더) 갈등이다.
<언론이 부추긴 진영싸움, 세대와 젠더>
여기 두 기사의 제목이 있다.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2030, 그들이 바라는 대통령은?」과, 「[심층분석] “MZ세대 잡아라”...2030 지 지율에 ‘울고 웃는’ 대선 후보들」. 두 기사 모두 이번 대선에서 2030 세대 표심의 중요성을 조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두 기사의 내용이 주는 인상은 사뭇 다르다.
KBS 전주총국이 실시한 여론조사와 시민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첫 번째 기사는 2030의 표심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문 장을 중심으로 2030세대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해당 기사가 세대 갈등을 조장하지 않는 것은 2030을 타 세대와 비교하지 않는 것에 서부터 시작한다. 2030을 주제로 쓴 기사인 만큼, 무의미한 타 세대 를 끌어다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지지율과 2030세대의 인터뷰 만을 사용하는 것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겠다며, 지역이나 이념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나 “탈이념, 실 용주의를 지향하는 이들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와 같은 문장을 통해 2030의 특성을 강조하면서도 이것이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기사에서 2030을 대하는 방식은 첫 번째 기사가 2030을 대하는 방식과 완전히 다르다. 해당 기사는 코리아정보리서 치에서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이 기사의 본문은 현재 대선 상황에 대해 ‘어떤 이슈에도 거의 변동이 없는 40대, 50대, 60대 이상 연령층과 달리 2030은 주요 후보들의 공약과 각종 논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유력 후보들의 전체 지지율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추세’라고 묘사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표현은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나 논란을 세심하게 고려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지할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오직 2030세대뿐이라는 암시를 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은 온라인 뉴스를 읽는 2030세대와 타 세대 간의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대선에 관심이 있는 유권자라면 대부분 ‘여가부 폐지’, ‘여성할당 제 폐지’, ‘반(反)페미니즘 정책’, ‘성별 갈라치기’에 대해 들어 본 경험 이 있을 것이다. 최근 젠더 이슈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대통령 후보들은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공약을 늘어놨고, 언론 은 이에 초점을 맞춰 비하적인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며 자극적인 기사를 보도했다. 이로 인해 젠더 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언론과 정치인들은 젠더 갈등을 이용하며 국민들의 관심을 얻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진영 논리로 인한 폐해는 한국의 주요 언론사가 출범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언론윤리헌장」에 적힌 건 한국 언론의 의무다. 이제 한국 언론은 「언론윤리헌장」이 말하고 있는 바를 지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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