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퇴보엔 열 걸음의 진보로

by 자치언론 파란

글 다프네 솜이불 플래시 디자인 솜이불



중대 성평위 폐지, 대학 내 인권기구 폐지로는 ‘첫 사례’


지난 10월 8일, 중앙대학교 총학생회 산하 특별자치기구였던 성평등위원회가 폐지됐어요. 2013년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이후 그 대안 기구였던 성평등위원회까지 폐지된 거예요. 서울 지역 대학교의 총여학생회가 대부분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와중에, 대안 기구까지 폐지된 것은 중앙대학교가 최초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 시작됐어요. 그 동안 에브리타임에는 지속적으로 성평등위원회를 비판, 비난하는 글 들이 올라왔습니다. 그러던 중 ‘성평등위원회가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특정 성별에만 편향된 방향성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익명의 연서명이 올라왔고, 여기에 406명(유효인원 기준)이 참여 했어요. 300명 이상의 연서명이 있으면 안건을 상정할 수 있다는 총학생회 회칙에 따라, 10월 8일 중앙대학교 학생대표자로 구성된 확대운영위원회에서 성평등위원회의 폐지 안건이 상정됐습니다. 그 결과 출 석 인원 101명 중 찬성 59명(58.41%), 반대 21명(20.79%), 기권 21 명(20.79%), 무효 15명(14.85%)으로 성평등위원회가 폐지됐어요. 이후 대안기구로 ‘반성폭력위원회’,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의 신설 안 건도 제안되었지만, 모두 부결됐어요. 중앙대학교는 이제 총여학생회, 성평등위원회의 역할을 할 자치기구가 전무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중앙대학교 성평등위원회 폐지의 여파는 생각보다 컸어요. 성평등 위원회 성명문 연서명에는 155개 단체 외 10,871인이 참여했고, 11월 2일 중앙대학교에서는 성평위 폐지에 반대하는 규탄 공동행동도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익명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연서명을 별다른 절차 없이 안건으로 상정했다는 점, 전체 재학생 약 2만 명 중 59명의 찬성만으로 폐지된 점 등 폐지 과정에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특히 충분한 토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표자들의 표결만으로 졸속 폐지되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어요.


연서명을 최초로 시작한 익명의 발의자는 신변 보호를 이유로 확대운영위원회 회의에 불참했고 대신 총학생회장이 입장문을 대독했어요. 발의자가 참여하지 않아 질의응답 절차는 이루어질 수 없었죠. 당사자인 성평위는 그 회의에서 어떠한 발언도 할 수 없었어요. 독립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회의에서 발언권이 없었고, 발언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안건마저 부결되면서 입장 발표할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성평위 폐지에 대한 찬반 토론에서는 아무도 찬성 발언을 하지 않아 반대 발언만이 이루어졌어요. 성평등을 위해 활동하고 있던 단체의 폐지가 오로지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결정된 거예요. 익명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연서명을 놓고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 공청회나 간담회 등 어떠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찬반 투표만을 통해 이루어진 폐지, 과연 정당 한 절차를 거친 정당한 결과였을까요?


대학 내 사라지는 여성기구


총여학생회 대안기구였던 성평등위원회의 폐지는 총여학생회가 하나하나 폐지되고 있는 흐름의 연장선이기도 해요. 2010년대에 들어 대 학 내에선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구들이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어요. 경향신문에 따르면, 서울 소재 49개 대학 중 25개 대학에 총여가 있었는데 이 중 21개 대학에서 총여가 폐지됐어요. 2013~2014년 건국대, 서울시립대, 중앙대, 홍익대에서 총여가 사라졌고, 2016년에 는 숭실대가, 2018년에는 성균관대와 동국대, 광운대가, 2019년에는 연세대가 총여를 없앴어요. 현재 총여가 남아있는 대학은 경희대, 한양 대, 총신대, 감리신학대, 한신대 등 5곳 뿐인데, 이들도 총여학생회장 입후보자가 없어 수년째 집행부를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요.



사회에 만연한 백래시에 불똥


줄 잇는 총여학생회, 성평등 기구 폐지의 배경엔 사회 전반에 거세지고 있는 ‘백래시’의 흐름이 있어요. 현재 여성가족부, 총여학생회, 여자대학교 등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단체들은 모두 같은 결의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백래시란 ‘사회적‧정치적 변화에 따라 대중에게서 나타나는 반발을 뜻하는 말’이에요. 흑인 인권 운동, 페미니즘, 동성혼 법제 화, 세금 정책, 총기 규제 등 사회‧정치적 움직임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이 단순한 의견 개진에서부터 시위나 폭력과 같은 행동으로까지 자신의 반발심을 표현하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페미니즘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자 슬슬 백래시가 일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 일부 정치권에서 그 흐름에 힘을 실어주면서 현상이 강화되고 있어요.


한 걸음 퇴보엔 열 걸음의 진보로


그렇다면 백래시 현상이 시작되는 것을 무력히 지켜볼 수 밖에 없 는 것일까요? 그동안의 진보는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걸까요? 파란은 역사에서 답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백래시는 어쩌면 진보 를 향한 걸음의 통과의례기도 해요. 그러니 겁먹고 주저앉을 필요 없 어요. 역사가 증명하듯 한 걸음 퇴보엔 열 걸음의 진보로 걸어 나가면 될 일입니다. 혐오로 무장한 거품은 발원의 이유와 내실이 단단한 파도를 이겨낼 길이 없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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